삼성전자는 일주일 새 1.6% 하락하고 SK하이닉스 (KS:000660)는 4% 떨어지는 등 국내 반도체주가 약세를 겪고 있다. 국내 증시를 주도하던 반도체주의 하락세에 박스권 장세도 이어지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800원(1.42%) 내린 5만550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일주일 동안 1.59%, 한 달 동안 4.47% 하락했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7200원(4.28%) 내린 16만1100원에 문을 닫았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일주일 동안 4.56%, 한 달 동안 17.81% 떨어졌다.
국내 증시 반도체 종목들의 모임인 KRX반도체지수도 하락세다. 이날 KRX반도체 지수는 1.34% 하락한 2882.89에 장을 마쳤다. 일주일 동안은 2.07%, 한 달 동안은 14.39% 떨어졌다.
최근 국내 반도체 종목들이 약세를 겪고 있는 것은 반도체 업황 부진 우려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차기 행정부 정책에 대한 불안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 측은 현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행정부에서 반도체 기업에 지급하고 있는 보조금 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반도체법을 통해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보유 및 투자하는 기업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지원 대상이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해당 정책을 폐지하고 보조금 지급을 문제 삼아 계약 취소와 환수 조치 등을 할 경우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의 사업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안도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우려를 확대 시키고 있다. 27일(현지 시각)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이르면 다음 주 중국 반도체 수출에 관한 추가 제재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제재안에는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 공급업체 일부에 대한 제재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의 해당 제재안은 화웨이 메모리칩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주가 하락과 시장의 우려가 이어지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업 자체적으로 쇄신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진행된 인사에서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에게 핵심 사업부인 메모리사업부까지 함께 맡기는 인사를 내며 반도체에 화력을 집중하는 인사를 실시했다.
DS부문에는 경영전략담당을 신설하고 파운드리 부문은 영업 담당 사업부장과 기술 개발 보직 최고기술책임자(CTO) 투트랙 체재로 변화하는 등 반도체 부문 조직 개편에도 나섰다.
SK하이닉스는 밸류업 공시를 통해 기업가치 상승에 나섰다. 지난 27일 밸류업 공시를 통해 연간 설비 관련 투자 규모를 매출액 대비 평균 30%대 중반 수준으로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래기술 로드맵을 구축해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 리더십을 한층 더 공고히 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고정 배당금을 기존 1200원에서 주당 1500원으로 25% 확대하는 등 주주환원책도 확대했다.
증권가는 현재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반도체 종목들이 향후 주가 회복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속적인 AI 수요와 함께 기업들의 체질 개선이 이뤄지며 실적 개선과 함께 주가 반등도 가능할 것으로 봤다. 2025년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HBM(고대역폭메모리)과 엔터프라이즈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AI 관련 수요가 지속 강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ASP(평균판매가격)는 상반기 레거시(구형) 반도체 재고 조정 기간 중 하락하다가 하반기 수급이 개선됨에 따라 하락세가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CAPA(생산능력) 성장과 효율적인 CAPEX(설비투자) 정책이 진행될 것"이라며 "2025년 하반기로 갈수록 이연된 투자가 집행되며 실적과 주가 흐름이 개선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2025년에도 AI 설비 투자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프리미엄 시장 강세가 지속되며 메모리 업황 양극화는 심화될 전망"이라며 "프리미엄 제품 경쟁력 수준에 따라 메모리 업체 간 실적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5년 메모리 업황은 상저하고 패턴을 예상한다"며 "2025년 말 레거시 HBM 재고 조정 완화와 함께 2026년 증익 가시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