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법원이 스위스 은행 UBS가 프랑스 고객 돈을 스위스로 빼돌려 탈세하는 것을 도왔다며 벌금 및 배상금으로 45억유로(약 5조7000억원)를 내라고 판결했다. 이 금액이 확정되면 UBS는 프랑스 역사상 가장 높은 탈세 관련 과징금을 물게 된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 법원은 지난 6주간 이어진 재판 끝에 UBS가 불법적으로 고객의 돈세탁과 탈세를 도운 점이 인정된다며 37억유로의 벌금과 8억유로의 배상금을 내라고 판결했다. 배상금이 원고인 프랑스 정부가 요구한 16억유로의 절반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천문학적인 액수다.
지난 7년간 이 문제를 조사해온 프랑스 검찰은 UBS가 자동으로 데이터가 삭제되는 하드드라이브, 로고를 박지 않은 명함을 가지고 프랑스에서 비밀리에 회사 행사를 열어 고객을 불법적으로 유치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측은 “UBS가 제임스 본드식 전략을 썼다”고도 했다.
앞서 내부고발자들은 UBS가 오페라, 사냥 여행, 테니스 대회 등에서 고객을 유치했다고 주장했다. UBS는 임원들이 프랑스를 오가며 여러 행사에 참석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곳에서 고객을 유치했다는 근거를 검찰이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UBS는 “전직 직원들의 검증되지 않은 의혹 제기에 근거한 판결로서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45억유로는 UBS의 지난해 이익(약 49억달러)과 맞먹는 규모다. 앤드루 쿰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이 정도 과징금을 낸다면 UBS의 기본자기자본비율(Tier 1)이 1.7%포인트 떨어져 목표치인 13%에 미달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UBS가 당초 계획했던 10억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을 내년으로 미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UBS처럼 부유층 고객에게 스위스로 자산을 은닉하도록 도와 준 HSBC는 2017년 3억유로를 내고 프랑스 당국과 합의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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