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수익성을 자랑하는 필러(Filler) 제조사 코루파마(korupharma)가 기업공개(IPO) 재도전에 나선다. 두 번째 도전인 만큼 무결점에 가까운 준비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매출 증가율이 20%, 영업이익률이 18%에 이르는 탄탄한 펀더멘털을 갖춘 만큼 시장 호응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딜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코루파마는 최근 300억원 규모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를 마무리 했다. 150억원은 구주매출, 나머지 150억원은 신주모집에 투자된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재무적투자자(FI) 엑시트와 함께 성장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프리IPO엔 KB인베스트먼트 등 굵직한 벤처펀드 다수가 참여했다. 기존 FI의 펀드청산 시기가 도래해 손바꿈을 진행한 것인데 밸류를 합리적으로 책정해 기존FI와 새FI 모두 만족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FI는 지노바 투자조합으로 약 24% 지분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모두 매각했다.
FI 손바꿈을 수월히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발행사 펀더멘털이 워낙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코루파마는 이색적 에퀴티스토리를 갖고 있다. 우크라이나인인 로만 베르니두브(Roman Vernidub) 대표가 2016년 설립한 필러제조사다. 로만 대표는 한국서 유학생활을 하다 K-뷰티에 대한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함께 수학했던 필러 주사제 연구원 출신 동료와 의기투합해 창업했다.
로만 베르니두브(Roman Vernidub) 코루파마 대표
필러는 피부와 유사한 물질을 주사기로 피부 밑에 삽입해 하는 시술이다. 처진 피부나 함몰된 얼굴을 채워주는 효과가 있어 미용목적으로 시술된다. 코루파마는 얼굴과 바디, 헤어용 필러 주사제를 제조한다. 로만대표는 초기부터 글로벌을 노려 현재까지 매출 100%를 해외서 벌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카자흐스탄를 시작으로 지금은 미국과 중국, 동남아시아 등 80여개국으로 판로를 넓혔다.
매출도 폭발적으로 매년 늘어왔다. 2019년 69억원에서 2020년 125억원, 2021년 174억원, 2022년 260억원, 2023년엔 310억원이 됐다. 최근 5년(2019~2023년) 연평균 매출증가율이 44%에 이른다. 2023년 매출증가율(전년대비)은 19%다. 특히 수익성까지 갖춘 것이 매력이다. 2023년 영업이익은 57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8.5%다. 최근 5년(2019~2023년) 연평균 영업이익률은 17%다.
다만 코루파마는 2023년 8월 첫 시도(예심청구)한 IPO가 불발됐다. 시기적으로 운이 좋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코루파마가 예심을 받고 있는 시기 국내 증시에 커다란 충격을 준 파두사태가 발생했다. 그리고 하필 코루파마 심사를 담당했던 팀이 파두 담당팀이었다. 이에 담당팀이 코루파마에게 더욱 깐깐한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었다.
코루파마는 당시 로만 대표 여동생에 대한 증여의제 문제로 상장을 철회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지만 사실 이는 사소한 문제였다. 정작 거래소가 예민해 했던 것은 코루파마가 글로벌에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각국의 품질인증이었다. 행여 관할당국이 미인증을 빌미로 판매중지 처분을 내리면 실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는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
다만 이는 그간 코루파마가 보여준 우수한 실적을 감안하면 지나친 우려일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분위기가 파두로 인해 엄중해진 만큼 거래소는 작은 문제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결국 코루파마는 2024년 2월에 예심을 철회했다.
코루파마는 IPO 재도전에 앞서 올 3~4월 께 국내외 필러제품 품질 인증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제품과 지배구조(FI)에 대한 리스크를 모두 해소하고 예심을 다시 받기로 했다.
올해는 코루파마가 상대적으로 더욱 주목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작년 4분기를 기점으로 공모주 시장이 침체하면서 미래 전망을 내세우는 특례상장기업들에 대한 투심이 보수적으로 돌아섰다. 코루파마와 같이 펀더멘털이 검증된 발행사를 선호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