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글로벌로지스, 잘해야 6000억 밸류?

입력: 2024- 11- 06- 오후 05:59
롯데글로벌로지스, 잘해야 6000억 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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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탁=이경주 기자]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25년 초 나올 대기업 딜 가운데 가장 난이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발행사 최대주주는 공모 밸류(기업가치)가 최소 1조9000억원대는 돼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7년전 유치한 재무적투자자(FI)에게 이 가격 밑으로 공모를 하면 차액을 지불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이는 현실과는 괴리가 큰 밸류다. 유사기업(피어그룹)인 CJ대한통운과 한진이 현재 증시에서 받는 멀티플을 대입할 경우 밸류는 높게 쳐줘야 6000억원 내외다. 심지어 피어그룹은 롯데글로벌로지스보다 수익성이 우수하다.

발행사가 조단위 밸류를 고집할 경우 IPO 성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일각의 시각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물류센터 조감도(사진:홈페이지)

◇ 메디치인베스트먼트 투자밸류가 1.5조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올 10월 24일 한국거래소 코스피본부에 상장예비심사(예심) 청구를 했다. 심사기간(2개월 이상)을 감안하면 이르면 내년 1월 공모에 나설 수 있다. 공모구조는 구주매출 50%, 신주모집 50%가 유력하다.

고난도로 평가받는 이유는 FI인 메디치인베스트먼트(이하 메디치)가 너무 비싼 값에 투자한 것에 있다. 메디치는 특수목적법인인 엘엘에이치를 통해 2017년에 롯데글로벌로지스 보통주 747만2161주를 2789억원에 사들였다.

구주는 1241억원 어치, 유상증자 등으로 신주는 1547억원 어치 매입했다. 주당 투자단가는 3만7337원이다. 예심청구서에 기재된 상장예정주식수(4164만4166주) 기준으로 투자 밸류가 1조5548억원이다. 메디치 입장에선 공모밸류가 이 보다는 높아야 수익이 난다.

더불어 메디치는 보호장치도 해뒀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2020년이나 2021년에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이 기준금액에 못 미칠 경우 메디치는 보유지분을 롯데글로벌로지스 최대주주인 롯데지주(지분율 46.04%)와 호텔롯데(10.87%)에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을 갖고 있다. 메디치 지분율은 올 상반기말 기준 21.87%로 2대주주 지위에 있다.

풋옵션은 IPO와도 연계돼 있다. IPO를 할 때 공모가가 풋옵션 행사가격에 미달할 경우 롯데글로벌로지스 대주주는 차액을 메디치에게 지불해야 한다. 풋옵션 행사가격은 메디치의 보통주 주당 평균취득단가(3만7337원)에 연복리 3%를 적용한 금액이다.

IPO시기인 2025년 초는 8년이 지난시기로 연복리를 반영할 경우 풋옵션 행사가격은 4만7298원으로 추정된다. 풋옵션 행사가(4만7298원)와 상장예정주식수 기준 밸류는 1조9697억원에 이르게 된다.

공모밸류가 이보다 낮으면 그만큼의 손실을 롯데지주 등이 메디치에게 지불해야 한다. 즉 롯데지주 입장에선 1조9697억원 밸류가 손실을 피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 현실은 3000억~6000억 밸류, 관심밖 밀려난 택배업

일각에선 거론되는 1조 초중반대 밸류는 롯데지주의 마지노선 가격(1조9697억원)을 감안하면 눈높이를 상당히 낮춘 금액이다. 그럼에도 시장이 받아들이기엔 여전히 비싸다는 평가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전신이 현대로지스틱스로 2016년 롯데그룹이 인수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당시 택배시장 2위사였는데 현대그룹 재무가 악화하며 M&A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됐다. 롯데그룹 편입 이후 2019년 그룹 택배물량을 소화하던 롯데로지스틱스를 흡수합병하면서 덩치를 키우게 됐다.

이에 현재까지도 택배사업이 올 상반기 기준 매출의 40% 가량을 차지한다. 이어 3자물류(3PL) 사업이 51%, 글로벌사업이 8.9% 비중이다. 올해는 메디치가 투자한지 7년이 되는 해다. 그런데 택배와 3자물류업에 대한 투심이 그 새 크게 꺾인 것이 문제다. 이커머스 공룡 쿠팡이 자체 물류센터를 활용해 배송을 하면서 전통 택배업체들 성장성이 구조적으로 제한된 영향이다.

매출기준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 정도만 규모의 경제효과로 어느 정도 수익을 내고 있는 형편이다. 2위인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경쟁사 대비 수익성이 열위하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매출이 11조7679억원으로 롯데글로벌로지스(3조6141억원)의 3.2배에 이른다.

그런데 지난해 영업이익은 CJ대한통운이 4118억원으로 롯데글로벌로지스(626억원)의 6.5배로 더 큰 차이로 많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CJ대한통운은 4.1%인 반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1.8%에 그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업계 3위인 한진보다도 수익성이 열위하다. 비슷한 체급에서도 밀리고 있다. 한진 지난해 영업이익은 1225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4.4%다.

즉 이런 연유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CJ대한통운과 한진이 현재 증시에서 받는 멀티플 이상을 제시하기 쉽지 않다. CJ대한통운은 이달 5일 종가와 최근 1년치 순이익(2023.2H~2024.1H) 기준으로 PER이 8배고, 한진은 같은 기준으로 11.5배다. 두 개사 평균PER은 9.8배다.

평균PER(9.8배)를 롯데글로벌로지스 최근 1년치 순이익(313억원)에 대입하면 밸류는 3060억원에 그친다. 롯데지주 입장에서의 마지노선 밸류(1조9697억원)는 물론 FI 투자밸류(1조5548억원)에도 한참 못미친다.

다만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올 들어선 평소보다 수익성이 개선됐다. IPO에 대비해 허리띠를 상당히 졸라맨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507억원이고 영업이익률은 2.8%다. 이에 올 상반기 순이익은 252억원으로 전년 동기(87억원)보다 3배 가량 많아졌다.

올해 예상실적 기반으로 밸류를 구하면 앞서 산출한 값(3060억원)보다 높아진다. 적용 순이익을 올 상반기 순이익을 연환산 수치로 대입하면 PER이 CJ대한통운은 8.7배, 한진은 15.2배로 높아져 평균PER이 11.9배가 된다. 이를 롯데글로벌로지스 올 상반기 순이익 연환산값(503억원)에 곱하면 밸류가 5785억원이 된다.

결과적으로 시장 눈높이로는 롯데글로벌로지스 밸류를 최대한 높게 쳐줘도 6000억원 내외다. 조단위 밸류를 희망할 경우 IPO가 불투명해진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내년 초 비슷한 시기 LG CNS와 DN솔루션즈, 서울보증보험 등 경쟁 대어들이 다수 나오기 때문에 밸류 약점이 비교부각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내년 연초부터 대어급 딜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에 매력도가 떨어지는 딜은 외면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시장과 발행사(FI)와 간극이 좁혀 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상장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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