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품회사에서 외벌이로 일하며 아이 셋을 키우는 김모씨는 지난달 말 국세청으로부터 ‘자녀장려금’을 받아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줬다. 첫째와 둘째 딸에게 학원비를 대줬고 셋째 딸에겐 옷을 사줬다. 김씨는 “메이크업 학원을 한 번이라도 다니게 해달라고 조르던 큰아이의 소망을 들어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2일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근로·자녀장려금 5조300억원이 추석 전인 오는 6일까지 전국 473만 가구에 속속 지급되고 있다. 일시에 거액이 풀려 추석 소비 경기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장려금 수급 가구가 대부분 생활비와 교육비로 바로 쓰기 때문에 소비 진작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세청이 지난달 26일부터 지급하기 시작한 근로장려금(EITC)은 388만 가구에 4조3003억원, 자녀장려금(CTC)은 85만 가구에 7273억원이다. 지난해(260만 가구·1조7537억원)에 비해 가구 수와 지원 금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정부가 근로복지 강화를 위해 ‘문턱’을 대폭 낮췄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단독가구 연령 요건(30세 이상)이 폐지돼 20대 1인 가구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소득·재산 조건도 크게 완화됐다.
올해 가구당 평균 수급액은 122만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대비 50%가량(가구당 약 43만원) 늘었다. 단독 가구가 238만 가구(58.0%)로 가장 많았고, 외벌이(141만 가구·34.3%), 맞벌이(31만 가구·7.7%) 순이었다. 근로·자녀장려금을 가장 많이 받은 사례는 자녀 9명을 둔 외벌이 가구였다. 근로장려금 260만원, 자녀장려금 630만원 등 총 890만원을 수령했다. 국세청은 추석 생활자금에 도움이 되도록 법정기한인 이달 30일보다 대폭 앞당겨 6일까지 장려금 지급을 끝낼 계획이다.
근로장려금은 소득이 적어 생활이 어려운 근로자와 종교인, 사업자(전문직 제외) 등에게 지급하는 근로연계형 지원금이다. 연간 총소득이 2000만원(단독 가구)~3600만원(맞벌이) 미만이어야 한다. 최대 지급액은 지난해 85만(단독)~250만원(맞벌이)에서 올해 150만(단독)~300만원(맞벌이)으로 늘어났다.
자녀장려금은 자녀 양육과 출산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연간 총소득이 4000만원 미만이어야 한다. 자녀 한 명당 최대 70만원(지난해 50만원)이다. 두 장려금 모두 전체 가구원의 재산 합계액이 2억원을 웃돌면 안 된다. 생계급여 등 다른 복지 혜택과 중복해 받을 수 있다.
근로·자녀장려금은 신청자가 사전에 신고한 예금 계좌에 입금된다. 계좌를 신고하지 않았다면 우편 송달한 ‘국세환급금 통지서’와 신분증을 갖고 우체국을 방문하면 된다. 허위 근로소득확인서 등을 냈다가 적발되면 장려금 회수는 물론 가산금까지 물어야 한다. 고의나 중과실이 있으면 2년간 장려금 지급이 제한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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