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18일 오후 4시5분
메리츠종금증권이 독일의 온라인 패션 유통업체 잘란도 본사 빌딩(사진)에 투자한 지 1년4개월여 만에 3700만유로(약 47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국내 증권사가 건설 중인 해외 오피스 빌딩을 매입하고, 준공 전 자금회수(엑시트)까지 성공한 첫 사례다.
18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은 미국계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하인즈에 베를린 잘란도 본사 빌딩을 2억3300만유로(약 3000억원)에 매각했다.
잘란도 빌딩은 베를린 내 신도심으로 각광받는 프리드리히스하인-크로이츠베르크 지역에 건설 중인 연면적 4만2345㎡ 규모의 오피스다. 유럽에서 온라인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는 잘란도가 준공 후 12년을 임차하기로 약속했다. 잘란도는 ‘패션계의 아마존’으로 불린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현지 부동산 개발회사 UBM으로부터 이 건물을 1억9600만유로(약 2500억원)에 사들이기로 ‘입도선매’ 계약을 맺었다. 그해 7월 계약금을 치렀고, 올해 말 준공 시점에 잔금을 내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매각에 성공하면서 준공도 되기 전 매각 차익 470억원을 남길 수 있게 됐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계약금 일부를 차입하는 등 실제 투자금은 200억원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소유권을 완전히 이전받기 전 건물을 매도할 권리를 적극 활용한 계약”이라며 “잔금은 하인즈가 UBM에 치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준공 전 부동산 투자는 리스크가 큰 대신 수익률도 높다. 장기 임대계약을 맺었더라도 공사 상황에 따라 파기될 가능성이 있고, 건설사 사정에 의해 공사가 중단되는 등의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우선 임차인으로 예정된 잘란도를 면밀히 분석한 뒤 투자 위험도가 낮다는 판단을 내렸다. 당시 잘란도는 국제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을 받지 않은 회사였지만 쇼핑몰 성장세를 볼 때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다양한 자금회수 계획을 준비했다. 건물 전체를 인수한 뒤 공제회 보험사 등 국내 기관투자가에 재판매(셀다운)하는 방식 등이다. 준공 전 투자하는 운용사를 찾는 작업도 병행했는데 마침 하인즈라는 적절한 매수자를 찾았다. 곽영권 메리츠금융증권 구조화금융본부장은 “팀뿐만 아니라 경영진 차원에서 리스크와 매도 방식을 면밀히 고려한 전략적 투자였다”고 설명했다.
김대훈/유창재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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