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맡고 있는 회사의 3~5년 뒤 주가와 가치를 투자자들이 묻는다면 자신있게 답할 수 있습니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월 23일 열린 상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계열사 대표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들에게 중장기 사업전략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주어진 시간은 6개월.
신 회장의 질문에 계열사 대표들이 답을 내놓는다. 롯데가 중장기 사업전략을 확정하기 위한 하반기 사장단 회의(VCM: value creation meeting)를 16일부터 시작한다.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20일까지 5일간 계속되는 회의에는 식품·유통·화학·호텔&서비스 등 4대 사업부문(BU)에 속한 51개 계열사 대표와 전략기획 담당 임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한다.
신 회장은 총 40여 시간 동안 열리는 모든 회의를 주재한다. 롯데 관계자는 “최근 3~4년간 경영권 분쟁, 검찰 수사 및 재판 등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그룹과 계열사들이 중장기 비전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며 “롯데의 향후 10년 청사진을 그리는 회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파격적인 회의 방식을 도입했다. 일종의 경연(競演) 형식을 빌려왔다. 롯데지주가 사전 평가를 거쳐 51개사 중 16~19일 회의에서 발표할 15개사를 먼저 추렸다. △식품BU의 제과·칠성·푸드 △유통BU의 백화점·마트·홈쇼핑·e커머스 △화학BU의 케미칼·정밀화학·첨단소재·건설 △호텔&서비스BU의 호텔·면세점·렌탈·정보통신 등이다. 그룹의 성장전략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거나 창의적인 사업계획을 준비한 곳들이다.
방식도 일방적인 발표가 아니다. 매일 발표와 토론이 끝나면 투자자의 관점에서 준비한 설문조사를 참석자를 대상으로 실시한다. 이를 통해 가장 매력적인 사업전략을 마련한 계열사를 BU당 한 곳씩 선발한다. 20일엔 이들 4개사가 발표를 한다. 종합 발표와 평가가 이뤄지는 이 회의에는 신 회장과 지주 임원, 51개사 대표가 모두 참석할 예정이다. 그룹 중장기 비전의 기본 방향에 대한 신 회장의 강평도 예정돼 있다.
이번 회의의 키워드는 글로벌 확장, 디지털 전환, 고부가가치 제품 발굴, 수익성 제고 등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과 면세점이 주축인 호텔BU는 해외시장 진출 전략을 보고할 계획이다. 백화점 마트 e커머스 홈쇼핑 등 유통 계열사는 온·오프라인 시너지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화학 계열사들은 유가와 경기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고부가 제품 생산 및 확보 방안을 발표한다. 식품 계열사들이 어떤 수익성 제고 방안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이번 회의는 올해 말 이뤄질 계열사 대표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에 더해 3~5년 뒤 미래를 제대로 설계하고 준비하는 계열사와 그렇지 못한 계열사 대표를 평가할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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