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1월04일 (로이터)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이 지난달에 국토안보부에 방대한 분량의 문건과 분석을 요청하면서 국경 장벽 건설에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자산을 검토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인수팀은 또한 이민자 수용시설을 얼마나 확대할 수 있는지와 국경 지역 항공 감시 등에 대해서도 정보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경 지역 항공 감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규모를 축소해 이민 강경론자들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정권 인수팀은 또한 이민자들의 시민권을 우려해 연방정부 공무원들이 국토안보부에 등록된 이민자들의 인적 기록을 수정했는지도 물었다.
로이터가 입수한 국토안보부 내부 메모에 따르면, 정권 인수팀은 지난해 12월 5일 국토안보부와의 회의에서 이같이 요청했다.
이 메모를 통해 트럼프의 국경 안보 전략 뿐 아니라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을 뒤집으려는 의도 또한 엿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정권 인수팀은 관련 사안에 대한 로이터의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고, 국토안보부와 세관국경보호국은 답변을 거부했다.
세관국경보호국은 정권 인수팀의 요청에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 및 미국과 캐나다 간 국경 각각 400마일 이상의 구간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이 구간에는 새로운 장벽이 설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인수팀이 캐나다와의 국경에도 장벽 건설을 고려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는 대선 공약으로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공약했지만 캐나다와의 국경에는 장벽이 필요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정권 인수팀은 또한 팔랑스(Phalanx) 근접방어체계에 대한 정보도 요청했다. 이는 남쪽 국경에서 마약 밀반입 및 불법 이민자들을 단속하기 위한 항공 감시 프로그램으로 1200명의 공군 입력 투입이 가능하다.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 당시에는 이 프로그램에 6000명의 공군 인력이 투입됐으나 오바마 대통령이 투입 입력을 대폭 줄여 보수파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보수파는 국경 안보를 위해 이 프로그램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정책 뒤집기 예고?
정권 인수팀은 또한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취임한 이후 이민 관련 정부부처에 내린 모든 행정명령 및 행정지시의 복사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오바마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뒤집을 것이란 입장을 표명하며 청소년 추방유예(DACA) 프로그램도 폐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DACA는 불법 이민자의 자녀들은 대학을 다니고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추방을 유예하는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이 프로그램에 신청한 청소년 불법 이민자들의 주소 등 인적 사항이 수집됐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DACA를 뒤집으면 이러한 정보가 역으로 이들의 위치를 파악해 추방하는 데 사용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정권 인수팀은 또한 불법 이민자들의 시민권 침해 우려 때문에 관련 기록이 수정됐는지에 대한 정보도 요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안보부 관료는 연방정부 공무원들이 DACA 신청자들을 보호하고 이들의 추방을 박기 위해 정보를 수정했는지 파악하기 위한 정권 인수팀의 시도로 해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편집 손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