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12월28일 (로이터/브레이킹뷰즈) - 지난 15년 가까이 중국의 금융 개혁을 주도하던 저우 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총재가 내년 자리에서 물러난다.
저우 총재는 시진핑 현 중국 국가주석이 솎아내려는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을 좌장으로 한 계파 상하이방(上海幇) 일원이다.
중국 중앙은행 총재 중 재임 기간이 가장 길었던 저우 총재는 그의 유산이 해체되는 걸 지켜보기보다는 차라리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을 더 원하겠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커질 것이다.
내년 가을 열리는 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시 주석이 주요 요직에 그에게 충성하는 측근들을 앉히면서 고위직 물갈이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저우 총재가 떠나면 금융 시장은 그를 그리워할 것이다.
2002년부터 인민은행을 이끌어온 그는 뛰어난 능력과 직설적 화법 및 유창한 영어를 통해서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세계 제2대 경제국가인 중국의 외환과 통화 시장이 안정적인 상태에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시장이 몇 차례 극적인 동요를 겪기도 했지만 저우 총재는 통화 정책과 환율을 예측 가능하게 운용했다. 또한 그는 글로벌 금융 위기를 침착하게 극복해냈고, 위안을 국제통화기금(IMF) 통화 바스켓에 편입시켰다.
하지만 저우 총재가 떠난 뒤 중국의 개혁 속도는 더뎌질 것이다. 또한 그가 물러나는 시점이 더 이상 나쁠 수 없다. 2015년 주식시장의 폭락 사태로 미완성인 중국 금융시장의 개혁 노력은 중단됐다. 또한 관리들은 은행들과 위험한 국영기업들을 구제하기 위해서 다시 출자전환에 나서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불어난 유동성과 정책적 대출로 자본은 중국이 필요로 하는 생산적 투자와 효율성 증진보다는 자산 거품과 구경제(old economy) 인프라 투자로 잘못 흘러들어갔다.
저우 총재가 고치려고 했던 은행 시스템은 여전히 불안하다. 국제적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20년까지 중국 은행들은 1.7조달러의 신규 자본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자본유출 강도가 워낙 강해지다 보니 중국은 자본계정 복원을 중단하면서 저우 총재의 대표적인 정책 성공 사례인 위안의 국제화를 가로막고 있다.
그의 후임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궈슈칭(郭樹淸) 산둥성 성장도 저우 총재와 마찬가지로 국영은행들과 인민은행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하지만 저우 총재와 달리 그는 초점이 없는 불분명한 이야기를 하는 걸로 정평이 나 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 말 실수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궈 성장은 인민은행 총재로의 승진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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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