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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오른 증권업 1등 경쟁…미래에셋 '글로벌' vs 한투 'IB'로 승부

입력: 2019- 08- 19- 오전 03:22
© Reuters.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업계를 대표하는 독립형 전업증권사다. 시중은행 중심의 금융그룹이라는 든든한 ‘뒷배경’ 없이도 업계 최고 수준의 인재 확보와 영업 네트워크 구축에 성공했다.

이런 공통점을 지닌 두 회사가 올 상반기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려 이목을 끈다. 상반기 승자는 한투증권이었다. 한투증권은 투자은행(IB)과 트레이딩 부문의 탄탄한 수익성을 바탕으로 지난해 3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세 개 분기 연속 미래에셋대우에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지난 2분기 해외법인 등 ‘글로벌’을 화두로 내건 미래에셋대우에 추월을 허용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국내외 증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두 증권사의 ‘진검승부’가 어떤 결말을 낼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2분기 한층 치열해진 경쟁구도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투증권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408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반기 기준 사상 최대이자 상반기 증권업계 최고 실적이다. 한투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을 자본 수익성을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순이익/자기자본)로 연 환산하면 20.7%에 달한다.

순이익 2등은 미래에셋대우가 차지했다. 미래에셋대우의 상반기 순이익은 38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다. 반기 기준으로는 2017년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합병으로 통합법인 출범 이후 사상 최대다.

상반기 전체로 놓고 보면 작년 하반기에 이어 한투증권의 ‘독주체제’가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분기만 따로 떼어낼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2분기 미래에셋대우는 전분기였던 1분기 대비 30.4% 증가한 2194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당초 증권가 컨센서스(추정치 평균)인 17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낸 것이다.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던 ‘방대한 자기자본 대비 낮은 자본 수익성’도 개선 조짐을 보였다. 미래에셋대우의 2분기 순이익을 연 환산한 ROE는 10.2%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반면 한투증권의 2분기 순이익은 1분기보다 13.4% 줄어든 1894억원에 그쳤다. 분기 기준 순이익 1등도 세 개 분기 만에 미래에셋대우에 내줬다.

미래에셋, 해외법인 수익성 상승세

미래에셋대우의 실적 반등을 이끈 키워드는 글로벌이다. 특히 홍콩을 필두로 한 해외법인의 수익성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해외법인이 상반기 거둔 순이익(세전 기준)은 8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3% 급증했다. 상반기만 갖고도 지난해 연간 해외법인 순이익(845억원)을 이미 뛰어넘었다.

국가별로는 영국(206%), 미국(104%), 베트남(76%), 인도(72%) 등에서 순이익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미래에셋대우의 글로벌 투자 컨트롤타워로 부상한 홍콩법인을 중심으로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시장은 물론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 신흥국 투자에 집중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홍콩법인의 자기자본은 지난 6월 말 기준 2조2156억원으로 불과 1년 새 52% 이상 불어났다.

해외법인 현지화와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한 결과는 글로벌 유수 투자자들도 주목하는 ‘랜드마크딜’ 성사로 이어졌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글로벌 부동산 거래 중 사상 최대 규모(약 5조5000억원)로 꼽힌 홍콩 더센터 빌딩 인수에 32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는 프랑스 파리 중심업무지구인 라데팡스에 있는 마중가타워 인수에 1조원을 투자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리테일 부문 역시 해외 주식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이달 초 기준 해외 주식 잔액은 6조7000억원, 시장 점유율은 45%에 달한다. 해외 주식 거래 고객 수 역시 30만 명으로 압도적 1위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직접투자와 기업금융뿐 아니라 리테일 부문 또한 해외 비중이 커서 국내 증시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IB통’ 정일문 사장 취임 후 ‘고삐’

한투증권은 탄탄한 IB 영업력을 바탕으로 하반기 ‘순이익 1등 수성’을 자신하고 있다. 한투증권 IB는 작년 말 취임한 정일문 사장이 직접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정 사장은 업계를 대표하는 ‘IB통’ 경영자다.

한투증권의 IB 부문은 지난 2분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2분기 IB 부문 영업이익은 전분기(517억원) 대비 71.4% 급증한 886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전체로는 IB 부문에서 전년 동기 대비 55.2% 증가한 140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 중 IB가 차지하는 비중은 15.8%로 증가해 위탁매매(10.5%)를 제치고 트레이딩(54.9%)에 이은 2위로 올라섰다.

IB 분야별로 고르게 성과를 낸 점이 특징이다. 한투증권은 상반기 공모증자 인수·모집금액 기준 시장점유율 24%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수수료 기준으로는 점유율 21.6%로 2위였다. 회사채 인수금액 기준 점유율은 9.7%로 3위를 달렸다. 부동산 등 대체투자 분야에서도 뛰어난 실적을 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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