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신흥국 가운데 ‘제2의 중국’으로 주목받는 인도가 최근 신흥국 증시 랠리에서 소외되고 있다. 올 들어 신흥국 증시에 퍼진 온기가 인도에는 좀체 전해지지 않는 모습이다. 다른 신흥국에 비해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오는 4~5월 치러질 총선을 앞두고 고조된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일으킨 무역전쟁의 다음 타깃이 인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인도 투자 심리에 한파를 몰고오고 있다.
수익 안 나고, 돈 빠지고…
2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신흥아시아 주식형펀드 260개는 최근 한 달간(지난 19일 기준) 5.95% 등 올해 평균 10.85%의 수익을 올렸다. 한 달간 7.47%, 연초 이후 14.3% 오른 중국 펀드가 평균 수익률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반면 인도 펀드 25개는 최근 한 달간 3.11% 손실을 내는 등 연초 이후 -3.73%를 기록 중이다. 중소형주 펀드 성과가 특히 부진했다. 최근엔 투자자금도 이탈하고 있다. 인도 펀드에는 지난 1월 69억원이 순유입됐지만 이달 들어선 89억원 순유출됐다.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같은 흐름이 관측된다. SK증권이 미국 증시에 상장된 국가별 ETF의 자금유출입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인도 센섹스지수를 추종하는 ETF에서는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9600만달러 순유출됐다. 홍콩과 브라질, 중국, 한국이 같은 기간 자금이 많이 순유입된 국가 1~4위를 각각 차지한 것과 대조된다.
새로운 위험으로 떠오른 ‘미·인 무역분쟁’
센섹스지수는 올 들어 1.98% 하락했다. 1월엔 소폭 등락을 반복했지만 이달 들어선 지난 7일(37,172.18)을 정점으로 19일까지 줄곧 미끄러졌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도는 다른 신흥국과 달리 저평가된 상태가 아니었고, 4~5월 열릴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게 주요 이유”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 인도 증시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20배를 웃돌았다. 최근에도 17.5배로 중국(12.9배), 홍콩(10.7배) 등에 비해 높다. 인도 정부가 표심을 다지기 위해 이달 초 발표한 임시예산안은 인도의 재정적자 우려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며 중국을 향해 칼을 빼든 미국이 다음 타깃으로 삼을 나라가 인도라는 전망도 불안 요인으로 지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인도를 ‘관세 왕(tariff king)’으로 지칭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인도의 관세율이 매우 높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8일 미국이 개발도상국 제품을 무관세로 수입하는 일반특혜관세제도(GSP) 대상국에서 인도를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수정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인도에서의 ETF 자금 이탈은 ‘미·인 무역분쟁’ 가능성이 인도 금융시장의 새로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촉발된 것으로 본다”며 “무역과 관련해 앞으로 미국과 인도 사이에서 오고갈 논의를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최근 하락으로 센섹스지수가 박스권 하단에 근접했다는 점, 인도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국민들의 여당 선호도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박스권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인도의 성장성에 주목한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증시가 약세를 보일 때 꾸준히 분할 매수하는 전략도 좋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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