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20일 오후 4시45분
한진그룹이 20일 “행동주의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는 주식을 보유한 지 6개월이 지나지 않아 한진칼과 (주)한진에 주주제안을 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을 내놨다. 감사 및 사이외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감액 등을 담은 KCGI의 주주제안을 다음달 열릴 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올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에 대해 KCGI 측은 “주식을 6개월 이상 보유하지 않아도 지분율 3%가 넘는 주주는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KCGI는 한진이 주총에 안건을 올리지 않으면 소송을 불사한다는 방침이어서 법적 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수주주권 행사 자격 논란
지배구조 전문가로 불리는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는 지난해 8월 28일 특수목적법인인 그레이스홀딩스를 설립하고 한진칼과 (주)한진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두 회사 지분을 각각 10.71%, 8.03% 보유한 KCGI는 내달 주총을 앞두고 지배구조 개선, 비핵심자산 매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주주제안을 회사 측에 보낸 지난달 31일까지 KCGI가 주식 보유기간 요건인 6개월을 채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상장회사에 대한 특례조항인 상법 542조의 6은 ‘6개월 전부터 상장회사의 주식 0.5%(자본금 1000억원 이하일 경우 0.1%)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이 조항을 들어 KCGI는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KCGI의 입장은 다르다. 또 다른 상법 조항(제363조의 2)은 ‘지분율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주총일 6주 전에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 주식 보유 기간이 6개월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지분율이 3% 이상이면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는 게 KCGI의 주장이다.
○엇갈리는 법조계 판단
법조계의 판단은 엇갈린다. 입법 취지에 대한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주식을 샀다가 소수주주권을 악용해 주가를 띄운 뒤 단기에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것이 해당 조항의 입법 취지”라며 “6개월 보유 요건을 지켜야 한다”고 해석한다. 반면 “입법 취지는 기업 경영 투명성과 소수주주 권익 보호이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이 원활하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판례도 엇갈린다. 서울지방법원은 2015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주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 판결 당시 “2009년 개정된 상법은 상장회사 특례조항을 다른 절에 우선해 적용하라고 명시하고 있다”며 “6개월 이상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엘리엇은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자격이 없다”고 판결했다.
반면 서울고등법원은 2011년 ‘티엘씨레저에 대한 소액주주의 임시주총 소집허가 신청’ 관련 판결에서 “상장회사 특례조항을 우선 적용한다는 조항은 다른 일반 상법을 배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신청인은 3% 이상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임시주총을 소집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KCGI를 대변하는 구현주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법률의 취지는 3% 이하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라도 6개월 이상 주식을 보유하면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KCGI의 표 결집 작업은 탄력을 받고 있다. 한진칼과 (주)한진의 주주명단을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진칼과 (주)한진은 이날 KCGI가 제기한 주주명부 열람 및 복사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허용했다고 공시했다.
유창재/김익환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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