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노사정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기존 최대 3개월에서 최대 6개월로 3개월 확대하는데 합의했지만,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탄력근로제 확대에 따른 임금보전에 대한 구체적 내용과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언제든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마음 급한 정부의 압박에 노동계가 백기를 들면서 '반쪽합의'가 이뤄졌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20일 노사정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에 따르면 노사정은 하루 전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최대 3개월에서 최대 6개월로 확대하는데 합의했다. 지난 12월 20일 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이하 노동시간개선위)가 첫 논의를 시작한 후 정확히 두달만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철수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전체회의는 민주노총의 입장문 전달 후에 열렸다. 2019.02.18 kilroy023@newspim.com |
현행법상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은 2주(취업규칙) 또는 3개월(서명합의)로 운영가능하다. 2주 적용시는 사업주가 작성한 취업규칙에 의해 가능하지만, 3개월 적용시는 노·사간 서명합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2주 이내로 적용 시 1주 최장 근로시간은 48시간을 넘지 못한다. 단, 연장·휴일근무 12시간을 포함할 경우 최대 60시간까지 가능하다. 3개월 적용 시는 특정 주의 근로시간은 52시간을, 특정일의 근로시간은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단, 연장·휴일근무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가 가능하기 때문에 1주 최대 근로시간은 64시간까지 가능하다.
노동시간개선위는 그동안 탄력근로제 확대와 관련 △단위기간 확대와 제도 도입 시 요건 완화 △노동자의 건강권 △오남용 방지를 위한 임금보전 방안 등을 놓고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이 중에서도 노동계가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를 주장하며 그 이유로 든건 '노동자 건강권 침해'와 '임금 보전' 두 가지다.
우선 노동자 건강권 침해는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보장하며 일단락됐다. '불가피한 경우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로 예를 인정한다'는 조항을 넣어 갈등의 불씨를 남겼지만, 노사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타협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임금보전 방안으로는 사용자의 임금보전 노력을 담보로 했다. 합의문에는 '사용자는 임금저하 방지를 위한 보전수당, 할증 등 임금보전 방안을 마련해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며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임금보전에 대한 구체적 내용과 명확한 기준은 제시되지 않았다. 자칫 사용자가 '임금보전 방안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신고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정부의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 이를 좀 더 명확히 규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철수 위원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 전체회의는 민주노총의 입장문 전달 후에 열렸다. 2019.02.18 kilroy023@newspim.com |
쉽게 말해, 탄력근로제 적용 기간동안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3일간 하루 평균 4시간씩 총 12시간의 초과근로를 하고, 목요일부터 금요일 2일간은 하루 8시간씩 정상근무를 했다고 가정했을 경우,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3일간 초과근로에 대한 수당이 '0원'이라는 의미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11월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면 노동자 임금이 7% 감소한다는 분석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같은 우려에 정부는 "탄력근로제 도입 사업장의 90% 이상이 임금 감소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임금감소가 발생해도 사업주 스스로가 노동자와의 임금보전 약속을 지킬 것"이란 입장이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20일 발표한 '탄력적 근로시간제 활용 실태 조사결과'를 예로 들었다.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 2436곳 중 94.2%가 "임금 감소가 없다"고 답했다. 또 81.5%는 연장근로 변화가 없거나 비슷하다고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탄력근로제는 같은 일량을 보다 효율적으로 쓰자는 차원으로, 임금감소에 대한 보전은 사업주에게 맡기고 있다"면서 "실제 사업장에는 (탄력근로제로 인한 임금감소로) 보조수당을 지급하거나, 할증기준을 변경 또는 할증률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임금이 감소했을경우 과태료 부과는 정부에 신고를 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거고, 내용이 적정한지는 저희가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정부의 설명은 자칫 경영계와 노동계의 사이에서 경영계에 좀 더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내비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사 양측의 균형추를 잡겠다는 정부의 취지가 애매한 임금보전 방안 등으로 한쪽에 치우쳐 보일 수 있다"면서 "추가적인 임금보전 촉진방안을 마련해 둘 사이의 균형추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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