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주은 기자 = IB(투자은행)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NH투자증권이 핵심 인력의 잇따른 이탈로 고민이 커졌다. 대형 딜을 주도하던 인력이 줄줄이 사퇴해 IB부문에서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PO(기업공개) 주관 부문을 이끌던 조광재 ECM(주식발행시장)본부장이 곧 회사를 그만둔다. 조 상무는 1998년 IB를 시작한 이래 IPO업무만 맡은 IPO 1세대다.
앞서 지난 9월에는 한흥수 ECM1부 이사가 퇴사했다. 한 이사는 굵직한 IPO 사업을 진행하며 NH투자증권이 IPO 시장 점유율 1위를 수성할 수 있도록 일조한 인물이다.
또 팀단위 이동도 많았다. 지난 6월 부동산금융을 총괄하던 김덕규 프로젝트금융본부장과 직원 10여명은 한꺼번에 KB증권으로 이동했다. 작년에는 삼성증권이 IPO 2팀을 신설할 당시 NH투자증권 IPO 담당 이사와 부장급 직원이 줄줄이 회사를 옮겼다.
3분기 호실적에 증권사들도 일제히 NH투자증권의 목표가를 상향하고 추천주로 꼽았다. 신한금융투자는 NH투자증권의 목표가를 1만6000원으로 상향하고 증권업종 내 차선호주로 제시했다. IBK투자증권도 증시침체와 거래대금 부진했음에도 운용수익과 IB수익을 바탕으로 안정적 실적을 보여줄 수 있는 다변화된 수익원을 보유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NH투자증권이 누리던 ‘IB명가’ 자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산운용사 한 대표는 “부문 핵심 인력 이탈이 회사 입장에선 굉장히 뼈아플 수밖에 없다”면서 “거기다 팀 단위 이동의 퇴사 행렬이 몇 차례 이어져 온 것이어서 지속성과 효율성이 당연히 예전 같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 IB부문의 실적 수치가 올 3분기부터 나빠지기 시작했다. 3분기 IB부문 순영업수익은 911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92억8000만원)에 비해 8.2% 감소했다. 기타수수료 역시 735억4000만원으로 전년 896억9000만원 대비 18.0% 감소했다. 여기에는 IB관련 수수료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IB부문과 기타수수료는 IB관련 인수 주선 수수료를 포함하고 있어 사업을 얼마나 유치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척도가 된다.
자본대비 수익을 나타내는 ROE(자기자본이익률)도 경쟁사 대비 떨어진다. ROE란 당기순이익을 평균 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자기자본을 활용해 얼마나 벌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따라서 회사의 경쟁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주요 잣대로 꼽힌다. NH투자증권의 3분기 ROE는 8.4% 수준. 자기자본이 4조 중반대로 비슷한 KB증권(7.4%)을 제외하고 한국투자증권(12.7%)과 삼성증권(8.6%) 보다 낮아 효율성이 떨어진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IB 수익이 예전만 못한 것은 작년과 같은 굵직한 IPO 기업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주식 상장을 꺼린다. 수요예측을 해보고 반응이 좋지 않으면 상장을 미루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기업공개 시장 자체가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