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Times - 미국 텍사스주 퍼미안 분지의 원유 시추시설. [사진=뉴스1]
[시티타임스=한국일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만에 2%대로 내려와 정부 목표치에 다가섰지만, '2%대 물가 안착'과 관련한 당국의 입장은 여전히 신중하다.
고공행진을 하는 과일값이 수확기 이전까지 내려갈 여지가 크지 않은 가운데, 중동발(發) 지정학적 위기로 유가의 불확실성까지 높아졌기 때문이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했다. 3월보다 상승률이 0.2%포인트(p) 낮아지면서 1월 이후 석 달 만에 다시 2%대로 내려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8%로 정점을 찍은 이후 11월 3.3%, 12월 3.2%, 올해 1월 2.8%로 둔화하다 지난 2월과 3월 연속 3.1%를 기록했다.
과일값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농축수산물이 전년 동월 대비 10.6% 올랐고, 특히 농산물은 20.3% 상승했다.
'금사과'로 불릴 만큼 크게 오른 사과는 전년 동월 대비 80.8% 올랐다. 배도 102.9% 급등하며 상승률이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가 상승세로 인해 석유류도 전년 동월 대비 1.3% 올랐다. 지난해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지난 3월을 기점으로 1년 2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석유류의 물가상승 기여도는 0.05%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의 흐름이 결국 향후 소비자물가 흐름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과일값의 경우 정부의 1500억 원 규모 긴급가격 안정 자금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수확기 이전에는 내릴 여지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일값은 수확기를 거치며 순차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긍정적인 부분은 이스라엘-이란 갈등 등으로 치솟던 국제유가가 다시금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점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1일(현지시간) 기준 전일 대비 3.58% 급락한 배럴당 79달러로 3월 12일 이후 약 7주 만에 80달러를 밑돌았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우려가 줄어드는 상황이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간 휴전 협상 움직임이 계속된 영향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이 당초 기대보다 늦어지면서 경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동 분쟁의 향방이 여전히 안갯속이지만, 유가 흐름이 안정된다면 상반기 2%대 안정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식료품과 에너지 등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했다. 지난해 초까지 4%를 넘나들던 근원물가는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3% 밑으로 내려와 둔화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근원물가와 소비자물가의 괴리는 석유류, 농산물 등 공급 요인에 의한 것인데, 해소되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석유류 가격이 오르긴 했으나, 당초 예측 범위 내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여전히 불안 요인이 있지만, 하반기 소비자물가는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