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시장, 브렉시트 투표 이후 잘 대처하고 있어
* 브렉시트 결정된 뒤 英 은행주/파운드화 급락
* 英 머니마켓에 일부 압박 목격...그러나 리먼 사태만큼 심각하지 않아
런던, 6월30일 (로이터) -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 결과는 영국 증시에서 은행주를 압박하며, 영국 금융시장을 뒤흔들었지만 지난 2008년 발생했던 은행 시스템의 파산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23일 국민투표를 통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결정된 뒤 일부 은행들의 주가는 30% 넘게 폭락했고, 파운드화는 수십년래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또 영국은 트리플A 국가신용등급을 잃으며 지난 2008년의 악몽을 되살려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업계의 자본 확충과 은행 시스템의 레버리지 축소를 위한 중앙은행의 유동성 강화 등으로 경제나 금융시장의 극심한 충격에 금융권이 보다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영국의 국민투표 이후 실질적인 이동 없이 단기적인 머니 펀드의 흐름은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파운드화 표시 머니마켓펀드(MMF)도 브렉시트에 비교적 잘 대비된 모습이다. 피치는 평균적으로 오버나이트 유동성은 32%, 1주일 유동성은 42%를 보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평소 때나 트리플A MMF의 평가기준(오버나이트 10%, 1주일 30%)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은행시스템의 건전성을 측정하는 바로미터인 파운드화의 리보/OIS 스프레드는 26bp로 4년래 가장 확대된 상태다. 이는 트레이더들이 영란은행(BOE)의 금리인하를 효과적으로 선반영하며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OIS금리를 30bp 밑으로 끌고간 반면, 인터뱅크 리보금리는 약 4bp만 하락한 데 따른 결과다.
그러나 스프레드의 확대폭은 일부 다른 주요 자산 시장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아주 적은 편이다.
지난 24일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8% 넘게 급락, 31년래 저점 수준으로 후퇴했다. 이날 낙폭은 1970년대초 자율변동환율 제도가 소개된 이후 최대폭이다. 또 억만장자로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인 조지 소로스가 '영란은행을 거덜낸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지난 1992년 9월16일의 '검은 수요일' 때보다도 2배에 달하는 낙폭이다. 당시 소로스의 펀드를 주축으로 한 헤지펀드가 파운드화 투매에 나서며 영국 정부는 유럽 환율 메커니즘(ERM)을 탈퇴해야 했다.
같은 날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 RBS.L 와 바클레이즈 BARC.L 의 주가는 30% 넘게 폭락했고, 글로벌 중심의 FTSE100지수보다 영국 경제에 더욱 민감한 영국 미드캡지수 .FTMC 는 1987년의 시장 붕괴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이탈리아와 같은 일부 유로존 주변국의 은행주는 더욱 잔인한 매도세에 시달려야 했다. 일부 시장에서는 보호 메커니즘인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가 가동되며 거래가 잠정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주요 중앙은행들과 규제당국은 시장 진화에 나서지 않았다.
이날 런던에서 열린 폴리티코(Politico) 이벤트에서 스티븐 마이주르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 회장은 "시장의 인프라는 브렉시트의 충격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편집 이경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