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GNI)이 처음으로 3만달러를 넘어섰다. 2006년 2만달러 벽을 돌파한 지 12년 만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국민소득 잠정치를 집계한 결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1349달러(약 3449만원)로 전년(2만9745달러)보다 5.4% 늘었다고 5일 발표했다.
6·25전쟁 마지막 해인 1953년 1인당 국민소득은 67달러에 불과했다. 1960년대 산업화 기틀을 닦은 이후 고속성장을 거듭하며 1977년 1000달러를 돌파했고 1994년 1만달러, 2006년 2만달러를 넘어섰다. 세계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는 나라는 20여 개국이다. 인구 5000만 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는 나라(3050클럽)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 7개국에 불과하다. 외형상 명실상부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하지만 3만달러 돌파를 체감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가계가 실제 쓸 수 있는 돈을 나타내는 1인당 가처분소득은 2017년 기준 1874만원(약 1만6573달러)에 그친다. 이자와 세금 부담 등이 소득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선 2006년 이후 가계 소득이 79% 늘어나는 동안 가계 부채는 138% 급증했다.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중산층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늘어나는 사이 소득분배율(하위 20% 대비 상위 20% 소득 배율)은 5.39배에서 5.47배로 확대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삶의 질 순위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일자리 상황이 악화하면서 청년 실업률은 9.5%대로 뛰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는 국민소득 1만달러, 2만달러를 넘어선 직후 각각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면한 경험이 있다”며 “구조개혁을 통해 소득 양극화, 투자 급감, 고용 악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또 다른 위기에 맞닥뜨릴지 모른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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