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대자동차 한화 세아 애경 등 대기업 총수일가가 개인회사를 통해 보유한 서울 빌딩을 줄줄이 매각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총수 일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서울 부동산 가격이 치솟자 잇따라 매각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태경화성은 지난 2일 보유한 서울 방배동 영동빌딩을 120억원에 유중개발에 매각했다. 태경화성은 1983년 10월 설립된 화학제품 유통 업체로 회사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청산 절차의 하나로 영동빌딩을 매각했다. 영동빌딩은 내방역 인근에 자리잡고 있는 지하1층, 지상4층 건물이다. 건물 연면적은 1277㎡에 이른다.
이순형 세아제강 회장과 이주성 세아제강 부사장 부자를 비롯한 세아제강 오너일가가 보유한 에이팩인베스터스도 지난 8월 서울 종로구의 해덕빌딩을 스톰에스컴퍼니에 235억원에 매각했다. 에이팩인베스터스는 부동산·투자업체인 이 회장이 지분 78,02%, 이주성 부사장이 20.12%를 보유하고 있다. 해덕빌딩은 종각역 젊음의 거리에 자리잡고 있으며 건물 연면적은 1756㎡에 이른다. 지상1층, 지상7층 건물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도 대주주로 있는 서울PMC도 올들어 서울 빌딩 3채를 773억원을 매각했다. 서울PMC는 빌딩 임대업체로 정 부회장이 지분 73.04%, 동생 정은미 씨가 지분 17.73%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1월 서울 양평동 빌딩을 신일산업에 66억원에, 지난 7월에는 대치동 사거리에 자리잡은 이강학원 대치프리미엄관 빌딩을 전주 이씨 분파인 광평대군 파종회(종친회)에 167억원을 처분했다 서울 중림동 염천교 사거리에 있는 종로학원 강북본원 건물은 내년 1월31일까지 미래토건(옛 라인원건설)에 54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안용찬 제주항공 부회장도 지난 6월29일 애경그룹 계열사인 애경산업에 서울 마포구 연남동 빌딩을 116억원에 처분했다. 안 회장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사위이며 장 회장의 외동딸인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의 남편이다.
대기업 총수일가가 이처럼 부동산 매각에 나선 것을 놓고 공정위의 최근 규제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공정위는 대기업 총수 일가에게 본업과 동떨어진 임대사업 등을 하는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할 것을 권고했다.
중소형 빌딩 가격이 크게 뛴 지금이 ‘매각 적기’라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8월에는 서울 명동 중소형 빌딩으로는 처음 매매가가 3.3㎡당 10억원을 돌파했다. 서울 명동 중앙로(명동8길)에 위치한 이 소형 빌딩은 200억원에 오성전자에 팔렸다. 이 빌딩 대지면적은 63.1㎡(19평)로, 3.3㎡당 10억4780만원에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인기 상권의 빌딩 가격은 치솟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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