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8월15일 (로이터) - 일본 소비자들이 기운을 차리고 있다. 14일 발표된 일본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경제전문가들의 예상을 훌쩍 웃돌았다. GDP 지표는 변동성이 크고 수정되는 일도 잦다. 하지만 일본 경제가 18개월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건 분명 좋은 소식이다. 특히 가계 소비가 증가하며 GDP 성장에 기여했다는 점은 더더욱 좋다.
일본의 2분기 GDP는 연율로 4.0% 증가하며 경제전문가들의 예상치인 2.5%를 뛰어넘었다. 전 분기 대비로도 1.0% 증가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환영할 만한 경제 성과지만 일본 경제는 워낙 오랫동안 스태그네이션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시장 분위기를 일변시키는 효과를 가져오진 못했다.
이번 지표는 맥락을 고려해 이해해야 한다. 일본 경제 지표는 변동폭이 크고 분기 기준으로 엄청나게 높은 수치가 나오기도 한다. 일례로 2015년 1분기에는 4.8%의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게다가 이번 수치는 잠정치로, 잠정치는 크게 수정될 수 있다. 2015년 말에 일본 경제는 잠정치가 대폭 상향 수정되면서 가까스로 경기침체를 피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이날 금융시장은 일본 경제의 급성장 소식에 무관심했고, 도쿄증권거래소의 1부 종목으로 구성된 토픽스(Topix)지수 .TOPX 는 이날 1.1% 하락 마감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다음 두 가지다. 첫째, 일본 경제는 현재 10년이 넘는 장기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추진하는 경제 개혁 정책 하에서 일본 경제가 좀 더 회복 탄력을 키웠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글로벌 경기 개선과 일본은행(BOE)의 초완화적 통화정책도 경제 성장에 힘을 보탰다. 최근 정치적 스캔들로 지지율이 급락한 아베 총리가 예전의 인기를 되찾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둘째, 일본의 가계 소비가 개선되고 있다. 2분기 민간지출은 연율로 3.7%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는데, 여기에는 가계의 고가 내구재 구입이 10% 가까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바클레이스 이코노미스트들은 실업자 수가 줄고 기본급이 지난 4년간 높아진 덕분에 가계의 구매력이 향상됐다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가 추진 중인 아베노믹스는 근로자들이 더 많은 돈을 벌어 지출을 확대하고, 이에 따라 물가가 인상돼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그 결과로 또 다시 임금이 인상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한다. 지금까지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노동시장에서 수급 균형이 타이트한 데 비해 임금상승세는 더뎠고, 일본은행은 인플레이션 2% 목표 달성 시점을 여섯 차례나 연기했기 때문이다. 지난 분기에 자동차와 식품에 대한 지출이 증가한 것만으로 일본 경제 상황이 크게 변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바른 방향으로 일보 전진한 것만은 틀림없다. (쿠엔틴 웨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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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이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