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베스팅프로 최대 60% 할인 마지막 기회! 지금 구독하기

[뉴스핌 시론] 민간기업 마저 정권 뜻대로 하고 싶은가

입력: 2019- 01- 25- 오전 12:17
© Reuters.

[서울=뉴스핌] 이석중 에디터 =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연금을 통한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혀 상당한 파장을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오는 3월 주주총회가 열리는 한진칼과 대한항공을 첫 번째 주주권 행사 대상기업으로 정한 상태여서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지적을 받을 만 하다.

그러나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 주주권행사 분과위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수탁위 위원 9명 중 과반이 넘는 5명이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에 반대했고, 2명은 한진칼에 대해서만 제한적인 주주권 행사를 찬성했다.

전문가 그룹인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의 의결권전문위원회가 확대된 조직이다.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수탁위 판단을 최대한 존중한다지만, ‘존중은 존중일 뿐’ 의견을 고스란히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기금운용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보지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당연직 위원들이 문 대통령의 발언을 마냥 무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 다시 불거지는 연금사회주의 논란

문 대통령은 "틀린 것은 바로잡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틀린 것은 정책으로 바로잡고, 법 위반 행위는 법대로 처벌하면 된다.

국민 재산인 국민연금을 통해 정권 입맛대로 기업 행태를 바꾸고, 대주주와 경영자를 길들이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과반수가 넘는 수탁위원들이 주주권 행사에 반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스튜어드십 행사 이유로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들었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치적 판단 보다는 안전하고 중립적인 운용을 원한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연금이 국민의 집사가 아니라 정권의 집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연금사회주의로 가겠다는 뜻 아니냐”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엄청나다. 2017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량은 131조5000억원 수준이다. 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의 약 7%에 해당하며, 상장기업 주식 5% 이상을 보유한 기업도 300개에 달한다.

정부 말대로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다면 상당수 기업의 경영진 교체가 가능하다. 정권 차원에서 손을 봐야 할,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오른다면 지분을 추가 매입해서라도 혼내 줄 수 있고 오너십도 흔들 수 있다. 삼성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시장중립적이지 않은 국민연금운용 구조상 정부의 주주권 행사에 반대하는 이유다.

우리 현실에서 국민연금은 정권에 휘둘릴 수 밖에 없다. 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위원장을 겸임하는 데다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은 사실상 대통령이 임명하고, 그 국민연금이사장은 기금운용본부장을 추천하는 연쇄적 구조로는 정권의 의지가 그대로 투영될 소지가 크다.

당장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신인 김성주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이 국민연금의 공정하고 정상적인 관리 와 총선 출마를 위한 공천의 양자택일이라는 상황이라면 어느 쪽을 선택할 지 의문이다.

◆ 국민연금 운용은 수익성이 최우선 과제다

정부는 ‘주주가치의 제고’를 위해 연금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필요하다며 스튜어드십을 도입했다. 노후자금을 맡긴 국민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게 하겠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노후자금이고, 후세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다. 반드시 수익을 내야 한다.

그런 데도 지난해 국민연금기금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손실을 기록했다.

공단의 지방이전으로 우수한 인력들이 떠난 데다 전반적인 시장 상황 악화가 요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주식운용 부문에서 시장 평균 수익률에도 못 미쳤을 만큼 손실을 봤다면 운용을 맡은 공단의 책임이며, 정부의 책임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은 연 4%대의 수익률을 유지해야 2057년쯤 고갈되지만, 운용수익률이 매년 1%p 하락하면 고갈 시기가 5년 앞당겨진다. 반대로 수익률이 1%p 오르면 보험료 2% 인상효과가 있다고 한다.

운용을 잘해 수익률이 높아지면, 연금 가입자들의 부담은 줄고 수령액을 커지게 돼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떨칠 수 있다. 반대로 지난해처럼 기금이 계속 손실을 본다면 연금 고갈 시점은 앞당겨질 수 밖에 없고 국민적 저항도 거세질 것이다.

국민의 재산을 지키고 키우겠다는 말이 진정이라면 우수 인재의 영입을 통한 수익 위주의 운용이 필요하다. 연금운용에 정권철학에 맞는 사회적 가치를 접목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우수인재 영입을 위해서는 기금운용본부를 금융중심지인 서울로 다시 이전해야 한다. 또 정권이 바뀐다고 기금운용책임자를 바꿔서는 역량있는 전문가가 책임을 맡을 리 만무하다.

정부의 역할은 연금운용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제도적 지원에 국한하는 게 옳다.

julyn11@newpim.com

최신 의견

리스크 고지: 금융 상품 및/또는 가상화폐 거래는 투자액의 일부 또는 전체를 상실할 수 있는 높은 리스크를 동반하며, 모든 투자자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상화폐 가격은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높고 금융, 규제 또는 정치적 이벤트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마진 거래로 인해 금융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금융 상품 또는 가상화폐 거래를 시작하기에 앞서 금융시장 거래와 관련된 리스크 및 비용에 대해 완전히 숙지하고, 자신의 투자 목표, 경험 수준, 위험성향을 신중하게 고려하며,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조언을 구해야 합니다.
Fusion Media는 본 웹사이트에서 제공되는 데이터가 반드시 정확하거나 실시간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알려 드립니다. 본 웹사이트의 데이터 및 가격은 시장이나 거래소가 아닌 투자전문기관으로부터 제공받을 수도 있으므로, 가격이 정확하지 않고 시장의 실제 가격과 다를 수 있습니다. 즉, 가격은 지표일 뿐이며 거래 목적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Fusion Media 및 본 웹사이트 데이터 제공자는 웹사이트상 정보에 의존한 거래에서 발생한 손실 또는 피해에 대해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Fusion Media 및/또는 데이터 제공자의 명시적 사전 서면 허가 없이 본 웹사이트에 기재된 데이터를 사용, 저장, 복제, 표시, 수정, 송신 또는 배포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모든 지적재산권은 본 웹사이트에 기재된 데이터의 제공자 및/또는 거래소에 있습니다.
Fusion Media는 본 웹사이트에 표시되는 광고 또는 광고주와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에 기반해 광고주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본 리스크 고지의 원문은 영어로 작성되었으므로 영어 원문과 한국어 번역문에 차이가 있는 경우 영어 원문을 우선으로 합니다.
© 2007-2024 - Fusion Media Limited. 판권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