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한국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재차 하향 조정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반도체 경기에 대해 "(조정이) 일시적인 사안으로, 하반기에 가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24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다수의 전문기관들이 최근 반도체 경기의 조정이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한은은 이날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하고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모두 2.6%로 제시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직전 전망 때인 지난해 10월 당시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 7월부터 각각 0.1%포인트씩 세 번째 낮춘 것이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수요 약화 등을 반영해 올해 상품수출 성장률을 지난해 10월보다 0.1%포인트 낮은 3.1%로 제시했다.
이 총재는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다보니 수요 측에서 전략적으로 구매를 지연한다거나 최근에 PC 생산이 감소하는 등 영향으로 반도체 수요가 둔화된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이어 "(전문기관들은) 이러한 요인이 점차 해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금년 하반기 이후엔 반도체 수요가 다시 증가해 회복세를 되찾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수출의 경우 금액 기준으로는 지난해 12월 감소했고, 올해 1월 들어서도 반도체 가격 하락과 기저 효과로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며 "다만 물량 기준으로는 견조한 증가세"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경기 조정 여파로 새해 들어 수출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14.6% 줄었다. 반도체 수출이 28.8% 급감한 영향이 직접적으로 작용했다.
이 같이 반도체 가격 하락은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폭을 줄이는 요인이지만 올해 경상수지 악화 정도는 크지 않을 것으로 이 총재는 예상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낮아진 유가가 상품수지 개선에 일조해 반도체 가격 하락분을 일부 상쇄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반도체 가격 하락 추세가 오랜기간 지속된다면 경상수지에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반도체의 경기가 하반기에 가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고, 국제 유가가 지난해에 비해 상당히 하락한 점은 경상수지 흑자를 확대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요인을 고려하면 올해도 한국 경제가 비교적 큰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며 "과도하게 우려할 때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환석 한은 조사국장 역시 "반도체 경기가 하반기에는 반등할 전망이고, 관련 설비투자도 나아질 것으로 보여 올해 상품 수출은 '상저하고' 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반도체 업계의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모두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이날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4조4300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31.6%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이후 처음으로 5조원을 하회하며 증권사 컨센서스(국내 증권사 전망치 평균 5조1000억원)를 큰 폭으로 밑돌았다. 앞서 발표한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잠정치는 10조8000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38.5% 급감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7년 말 개당 9.7달러였던 D램(DDR4 8Gb) 가격은 지난해 말 6.8달러로 떨어졌다. 낸드(MLC 256Gb) 단가는 14.4달러에서 9.0달러로 추락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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