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TV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점유율(판매량 기준)을 확대하고 있다. 소니 등 일본의 전통 명가들을 끌어내리고 삼성전자 LG전자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에 글로벌 TV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업체들은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프리미엄 제품 시장에서 격차를 더 벌려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대응할 계획이다.
○TCL 약진…북미에서 1위
22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 TCL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0.8%였다. 삼성전자(18.8%) LG전자(12.8%)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TCL의 점유율이 1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위 LG전자와의 격차도 2.0%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전 분기 두 업체 격차는 4.3%포인트였다.
하이센스(7.2%) 샤오미(5.2%) 스카이워스(4.8%) 등 중국 업체들은 4~6위에 포진했다. 순위가 밀린 건 일본 소니다. 작년 4분기 점유율 5위(4.7%)였던 소니는 지난 1분기에 7위(4.1%)로 곤두박질쳤다.
북미(미국, 캐나다) 시장에선 아예 TCL이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이 시장에서 TCL의 1분기 점유율은 26.2%로 삼성전자(21.8%) 비지오(13.7%) LG전자(12.3%) 등을 앞질렀다. 작년 4분기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점유율이 24.6%로 1위였고 TCL(11.1%)은 비지오(16.4%) LG전자(13.3%)에 못 미쳤다. 국내 가전업체의 한 관계자는 “퍼펙트스톰이 몰려오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30% 싼 가격으로 시장 공략
업계에선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분기 미국 시장 점유율이 크게 뛴 TCL은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30~40인치대 TV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하고 있다. 미국 최대 가전 유통사 베스트바이에 따르면 이 회사 30~40인치대 TV 가격은 139.99~199.99달러에 불과하다. 55인치 4K TV도 349.99달러에 살 수 있다. 같은 크기의 삼성 저가 모델 TV(500달러대)의 약 70% 수준이다.
전자업체 관계자는 “미국에서 국내 업체들이 프리미엄 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사이에 TCL이 저가 LCD(액정표시장치) TV 시장을 공략해 성과를 거뒀다”며 “TCL이 다른 중국 업체들보다 공격적으로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TV 업체 매출의 약 15% 안팎을 보조금이나 세제혜택 등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가격 경쟁력을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양떼기’에 불과하단 평가도
일각에선 중국 업체 약진에 대해 ‘평가절하’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판매량 기준으론 점유율이 많이 뛰었지만 판매액을 놓고 보면 삼성전자나 LG전자와의 격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1분기 글로벌 시장 판매액 기준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가 29.4%로 압도적인 1위다. 이어 LG전자(16.5%) 소니(8.3%) 순이다. TCL 점유율은 7.5%에 그쳤다. 북미 시장만 놓고 봐도 TCL은 삼성전자(36.9%)는 물론 LG전자(18.0%)보다 낮은 15.0%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양떼기’ 전략을 쓰는 중국 업체들이 판매액 기준에서도 점유율 상승세를 꾸준히 이어간다면 위협이 될 것”이라며 “TCL의 약진이 태풍이 될지 미풍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정수/고재연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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