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개발 야심에 대못을 박았다. 미국 정부는 미국 장비와 기술, 재료 등이 중국이 산업혁신계획인 ‘중국제조 2025’의 일환으로 집중 육성 중인 푸젠진화반도체(JHICC)에 수출되는 것을 봉쇄했다. 미국이 지식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해외 기업으로의 수출을 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제조 2025’도 직접 타격했다.
미 상무부는 29일(현지시간) 중국의 D램 제조업체인 푸젠진화반도체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푸젠진화가 수출 제한 명부에 오르면서 미국 기업들은 기술과 장비, 재료, 소프트웨어 등을 수출하려면 상무부의 특별승인을 받아야 한다.
상무부는 미국 마이크론과 특허 분쟁을 빚고 있는 푸젠진화가 국가 안보를 침해할 중대한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용한 지재권으로 싼값에 반도체를 쏟아내면 미 국방부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마이크론 등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2015년부터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40%(모바일 기준)로 높이기로 하고 1조위안(약 177조원)의 반도체 기금을 조성했다. 이 같은 계획에 따라 푸젠성 정부와 국유기업 등이 출자해 2016년 설립한 회사가 푸젠진화다. 56억달러를 투입해 공장을 지었고 D램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내년부터 양산에 나설 방침이다. 반도체 기술 없이 출범한 푸젠진화는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UMC로부터 기술을 전수받고 있다.
문제는 UMC가 대만의 마이크론 자회사에서 D램 기술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말 푸젠진화와 UMC가 D램 반도체 특허와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푸젠진화도 이에 맞서 올 1월 마이크론이 자사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맞소송을 푸저우시 법원에 냈고, 7월 현지 법원은 푸젠진화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마이크론은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의 권리가 보호되고 있다고 하지만 법원 판결은 이런 정책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 상무부가 나서 푸젠진화에 대한 수출 금지라는 강력한 대응 조치를 취했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1위), 램리서치(2위), KLA-텐코(5위) 등 미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특허정보회사 린드리그룹의 린드리 그웨넵은 “미국 장비회사에서 장비를 구입하지 않고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D램 생산 목표에 큰 차질이 생겼다는 의미다.
미국은 이번에 마이크론과 특허 분쟁 중인 푸젠진화를 겨냥했지만 낸드플래시를 개발 중인 창장메모리에도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4월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에 대해 7년간 미국 기업들과 거래하지 못하게 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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