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식시장에서는 공매도 제도 폐지와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거셌다. 지난 4월 삼성증권의 배당오류에 따른 '유령주식' 사태부터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네이키드 쇼트셀링)' 사건까지 공매도 관련 뉴스가 많아서다.
◆삼성證부터 골드만삭스까지 '공매도 사고'…"규제하라"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매도 규제' 관련 요청이 2840여건 올라와 있다.
공매도는 주식이나 채권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하는 투자 방식을 말한다. 대개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주식을 빌려 판 뒤, 실제 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을 사들여 차익을 얻는 투자 방식이다.
공매도 자체는 합법적인 투자 방법이지만 주식을 미리 빌려놓지 않은 상황(무차입)에서 공매도 주문을 넣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주가가 하락하게 조작(시세조종)하는 데 악용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공매도 논란을 증폭시킨 것은 4월 발생한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 사태였다.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조합원 계좌로 주당 1000원의 현금배당 대신, 주당 1000주를 입고하는 전산입력 실수를 냈다.
발행한 주식의 31배가 넘는 주식이 새로 만들어져 배당됐고, 일부 직원들이 잘못 입고된 자사주를 장중에 매도하면서 삼성증권 주가는 급락세를 보였다. 이 사태는 국내 주식시장 매매시스템의 허술함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골드만삭스증권의 공매도 미결제 사고는 공매도에 대한 불만을 더욱 가중시켰다.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은 지난 5월 30~31일 이틀간 차입하지 않은 상장주식 156개 종목(401억원)에 대해 매도 주문을 내 공매도 제한 규정을 위반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유령주식을 만들어내 공매도에 악용할 수 있는 것 아닌가"하는 불신이 팽배해졌다. 결국 금융당국은 지난달 말 골드만삭스에 75억480만원의 공매도 징계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증권사 신규사업 '삐그덕'
공매도 관련 각종 사건·사고는 증권사들의 신규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삼성증권은 금융당국에 신청했던 발행어음 인가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유령주식 사고로 일부 영업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업무 추진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등 초대형 투자은행(IB)에 대해 종합검사도 지연됐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삼성증권 배당사고와 골드만삭스 무차입 공매도, 유진투자증권에서 촉발된 해외 주식 매매 문제 등 각종 사고로 금융감독원의 업무가 가중되면서 검사 일정이 늦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투자자들의 불신을 잠재우고 증권사들의 사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문제가 됐던 공매도 사안을 매듭짓는 것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한국거래소와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내년 초엔 공매도 추가 개선책 마련에 나선다. 새로 마련될 개선안에는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 확대를 위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공매도를 보다 촘촘하게 걸러내는 방안도 모색한다.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75억원대 과태료를 부과하는 중징계를 내린 것처럼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게 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현행 과태료 외에 앞으로 형사처벌, 과징금 부과까지 가능하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바이오·엔터·게임株, 시총 '왕좌의 게임'
신작의 저주?…소문에 사서 뉴스에 파는 게임株
"일부 공매도, 불공정거래 개연성 높아…금융당국 조치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