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운용의 부동산펀드가 투자한 중국 상하이 푸둥지구의 미래에셋상하이타워.
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0.34%(10월 1일 기준)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17.86%에 달했다. 한국 증시 ‘왕따 현상’ 때문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돈 풀기에 나서면서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가 모두 반등했지만 유독 한국 증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올해만 그런 게 아니다. 장기 수익률 차이는 더 벌어졌다. 지난 5년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0.47%, 해외 주식형 펀드는 33.17%다. 앞으로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이 일본처럼 구조적 저성장에 직면하고 있어서다. 해외에서 투자 기회를 찾을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미래에셋운용, 해외 시장에 72조원 투자
7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전체 펀드 자금(일임 제외) 가운데 약 38%를 해외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해외 자산 투자 비중이 10년 전(22%)과 비교해 큰 폭으로 늘어났지만 아직도 국내 자산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 증시에서 국내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등 대표 운용사는 10여 년 전부터 ‘한국형 블랙록·피델리티’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해외 시장에 눈을 돌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뒤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무조건 해외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그 결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전체 운용 자산 160조원 가운데 45%인 72조원(8월 말 기준)을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 아울러 세계 36개국에서 펀드를 판매할 정도로 현지화를 구축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 키움자산운용 등 주요 운용사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베트남펀드를 일본에 수출하기도 했다. 피데스자산운용은 베트남 특화 운용사로 자리 잡았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글로벌 헤지펀드 포트폴리오를 갖추기 위해 싱가포르에 운용 조직을 세웠다.
저금리 시대에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려는 자금은 급증하고 있다. 무엇보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규모가 급성장하면서 자금 유입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기업이 운용사를 선택해 자금을 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되면 100조원이 넘는 자금이 바로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은퇴 자금이 대부분이다. 국내 자산 운용 규모는 작년 말 기준 2023조원(펀드·일임·자문·신탁 등) 에서 2030년 4300조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운용사도 자기자본 확 키워야”
국내 운용사들의 해외 투자 역량은 글로벌 운용사들과 비교했을 때 아직 갈 길이 멀다. 대부분 자체 운용 역량이 부족하다. 해외 유명 운용사들의 펀드를 가져와 되파는 ‘펀드오브펀드(재간접 펀드)’에 의존하고 있다.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없고, 투자자들도 수수료를 이중으로 물어야 한다. 서유석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은 “투자자의 신뢰를 얻으려면 운용사들이 글로벌 네트워크 기반의 포트폴리오 지원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운용사의 체질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의 많은 운용사들은 금융지주나 대기업 지주 아래에 묶여 있어 성장에 한계가 있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해외 투자는 중장기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많다”며 “임기가 2~3년인 지주사 산하 자산운용사 사장들이 추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운용사들의 자기자본을 대폭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운용사들은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몸집을 불려 글로벌 운용 능력을 키웠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자산운용의 운용자산(AUM)은 약 8300조원으로 국내 1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100조원)의 80배가 넘는다. 블랙록의 자기자본은 30조원대를 자랑한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자기자본은 미래에셋자산운용(1조6000억원)을 제외하면 모두 1조원에 미치지 못한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전문적으로 해외에 투자하려면 인력과 시스템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자본 확충을 통한 대형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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