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12월20일 (로이터) - 일본은행(BOJ)은 20일 기존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경제가 견실한 기반 위에 있다는 시각을 재확인했다.
투자자들은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잠시 후 오후 3시30분에 열릴 브리핑에서 글로벌 불확실성 증가와 채권시장 긴장 신호가 향후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힌트를 줄 지 지켜보고 있다.
BOJ는 이날 단기금리 목표치를 -0.1%로, 10년물 수익률 목표치를 제로 퍼센트 부근으로 유지했다. 이번 결정은 7대 2로 이루어졌다.
BOJ는 성명에서 해외 경제가 전체적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본 경제가 완만하게 확장되고 있다"고 밝혔다.
BOJ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수 년간의 대규모 양적완화로 또 한번의 침체가 닥치면 싸울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는데, 글로벌 경기 둔화로 BOJ가 대응 수단을 다시 갖출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초저금리가 은행 이익에 부담이 되고 막대한 JGB 매입으로 채권시장 유동성이 말라붙는 등 현재의 부양책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있다.
BNP파리바증권의 시라이시 히로시 이코노미스트는 "BOJ가 부양책의 부작용에 대응할 필요성과 글로벌 경기둔화 및 무역전쟁 전망 사이에서 꼼짝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에는 어떤 방향으로도 움직일 수 없을지 모른다"면서 "중국과 미국 경제가 더 둔화돼 일본의 수출과 설비투자에 타격을 주면 BOJ는 2020년에 추가 완화를 해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BOJ는 지난 7월 정책 틀을 약간 수정해 채권 수익률이 제로 퍼센트 부근에서 보다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같은 조치는 부분적으로는 장기금리의 자연스러운 상승을 허용해 금융기관들이 수익률 커브 스티프닝에서 이익을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리스크 회피로 일본의 장기금리는 미국 국채 수익률을 따라 하락하고 있다. 10년물 JGB 수익률은 전일 0.010%로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은 구로다 총재가 10년물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다면 BOJ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에 대한 힌트를 줄 것인지 지켜보고 있다.
소식통들은 로이터에 BOJ가 10년물 금리가 지난 7월 설정한 -0.2%에서 +0.2% 사이에만 머문다면 마이너스 장기금리도 용인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그래도 이런 시장 움직임은 과도한 수익률 하락의 위험성을 공개적으로 우려해왔던 BOJ 일부 통화정책위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지적한다.
노무라연구소의 기우치 다카히데 이코노미스트는 "BOJ가 과도한 수익률 하락을 막기 위해 채권 매입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엔화 가치를 상승시킬 위험이 있다"면서 "이런 상황은 수익률 커브 컨트롤의 단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원문기사 (신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