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11월26일 (로이터) - 11월 중 유로존 기업들의 성장세가 시장 예상보다 훨씬 더 약해진 것으로 23일(현지시간) 나타났다. 글로벌 경제가 둔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주도하는 무역전쟁 탓에 수출이 급격히 침체된 여파다.
이날 발표된 유로존의 구매관리자지수(PMI) 지표가 실망스러운 수준을 나타내면서,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들은 고민거리를 떠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ECB는 2조6000억유로 규모의 자산매입 프로그램(QE)을 다음달에 종료할 예정이었다.
금융정보 서비스업체 마르키트가 집계해 이날 발표한 11월 중 독일의 종합 PMI 잠정치는 52.2로 지난 2014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 여파로 유로/달러가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졌다.
프랑스도 경제 모멘텀을 유지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같은날 마르키트가 집계해 발표한 프랑스의 11월 중 제조업 PMI 잠정치는 50.7로 전월 기록인 51.2를 하회했다. 시장 예상치 51.0에 못미쳤다. 신규 주문이 줄어든 여파다.
유로존의 종합 PMI 잠정치는 52.4로, 시장 예상치인 53.0에 미달했다. 지난 2014년 말 이후 최저 수준이다. 10월 최종치는 53.1이었다.
PMI는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50 미만이면 경기 위축을 나타낸다.
로이터가 설문을 통해 집계한 시장 예상치에 따르면, 이번 분기 유로존의 성장세가 반등해 ECB는 계획에 따라 QE를 중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PMI 잠정치는 시장의 예상에 어긋나는 결과를 내놓았다.
로이터 설문 결과 유로존 경제성장률은 0.4%로 예상됐다. 하지만 마르키트은 PMI를 고려할 때 12월 상황에 따라 성장률은 0.3%나 0.2%까지 낮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잭 앨런은 "11월 중 종합 PMI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3분기 부진했던 유로존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에 회의적인 시각이 커졌다. 당연히 시장도 이를 나쁘게 받아들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전체 상황을 보면, ECB가 다음달 QE 종료 계획을 바꿔야할 만큼 PMI가 부진하진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표 약세 탓에 시장에서는 일부 ECB 정책위원들이 QE 종료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는 시각이 힘을 받았다. 특히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아직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로이터 설문에 응한 이코노미스트들 중 QE가 내년까지 연장되리라고 예상한 인원은 없다. 그러나 내년 6월이 넘어가기 전까지 ECB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지도 않았다.
게다가 이날 투자자들은 내년 유로존 금리인상의 가능성을 더욱 낮춰 잡았다.
이들은 내년 ECB의 예치금금리 10bp(1bp=0.01%p) 인상 가능성을 90% 미만으로 시장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현재 ECB의 예치금 금리는 마이너스(-) 0.4%다. 지난주 초 투자자들은 ECB의 예치금금리 10bp 인상을 시장가격에 완전히 반영한 바 있다.
다수 선진국들의 경제는 이미 둔화하고 있다. 올 3분기 유로존의 전기대비 경제성장률은 0.2%로 4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ING의 버트 콜리진은 "신규주문 증가세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유로존 경제 성장세 약화를 시사했다. 산업과 서비스 전반에 걸친 수출 주문의 약화가 경제를 크게 압박했다"라고 말했다.
수출 약세는 독일의 3분기 마이너스 성장률 기록에 가장 크게 기여한 요인이다. 이날 발표된 독일 상세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0.2% 감소했다.
유로존의 신규수출 관련 지수는 10월 기록인 49.2에서 48.9로 내렸다. 마르키트가 2014년 9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였다.
11월 중 유로존의 서비스업 PMI 잠정치는 53.1로 25개월래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전월기록은 53.7이었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낙관론은 타격을 받았다. 양국의 무역전쟁은 이미 독일을 비롯한 수출주도형 경제를 압박해왔다. 기업들의 업황전망지수는 약 4년래 최저치까지 내린 상태다.
제조업 성장세도 이달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로존 제조업 PMI 잠정치는 52.0에서 51.5로 내렸다. 지난 2016년 중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종합 PMI에 반영되는 생산지수는 51.3에서 50.4로 하락했다. 2013년 6월 이후로 해당 지표는 50 미만으로 내려앉은 적이 없었다.
공장들에 남아 있는 주문 물량이 4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줄어든 점도 성장세를 압박했다. 수주잔고지수는 49.0에서 48.4로 내렸다. 여타 선행지표들도 약세를 유지했다.
(편집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