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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변호사는 ‘신고만 하면 대부분 사업이 가능한’ MiCA의 강점에 주목했다.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워 시장 형성이 쉽지 않은 우리나라와 달리 MiCA는 유형별로 차등화된 규제를 담고 소규모 혁신 기업들도 자유롭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MiCA에서 주목하는 것은 가상자산 기업의 백서에 매우 상세한 내용을 공개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경우 거의 사후 조치만으로 구성됐지만 MiCA는 백서를 통해 이용자가 최대한의 정보를 갖고 판단하고 이를 통해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권 변호사와 함께 세션에 참여한 하종석 디케이엘 변호사는 “유럽연합(EU)에서 코인을 거래하려면 EU 내에 법인을 설립하도록 하는 내용도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EU에 반드시 근거지를 두도록 해 불공정 행위 제재, 세금 부과 등이 쉽도록 한 것이다.
올 7월 시행될 우리나라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산업 육성보다는 투자자 보호에 치중했다는 평가다.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해 투자자의 예치금을 은행 등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 맡겨 관리하도록 하고 투자자 예치금만큼의 가상자산을 준비금으로 보유하며 이를 인터넷과 분리된 콜드월렛에 보관하도록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해킹 등에 대비해 보험·공제에 가입해야 한다. 자기발행 코인 매매나 시세조작 등 부정행위에 대한 규제도 법안에 포함됐다. 2단계 법안을 통해 보완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권 변호사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 “금융위원회가 아직 비트코인을 ETF의 기초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기초자산 자격 요건을 대통령령의 시행규칙으로 정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회 입법도 필요 없이 정부의 의지에 따라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 이후의 시장 전망’을 주제로 강연한 이 매니저는 전통 금융산업에서 체감하는 시장의 변화에 대해 “금융 인프라가 이제 웹2(인터넷 기반)에서 웹3(블록체인 기반)로 바뀌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해외에서 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의 은행, 증권사들이 실물연계자산(RWA)과 토큰증권(ST)에 줄줄이 뛰어드는 이유다. 이 매니저는 “금융투자가 가상자산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블랙록의 사례도 언급했다. 자산을 토큰화하는 사업, 디지털자산 사업을 확대하며 금융의 미래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랙록이 올 1월 출시한 비트코인 현물 ETF인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는 현재 전 세계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매니저는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 “비트코인이 새로운 자산군으로 인정이 된 셈이고, 이를 부정하면 미래 금융을 논의하는 자리에 낄 수 없다”면서 “국내도 논의가 필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통 금융사들이 운용과 유동성공급(LP) 등을, 가상자산 기업들은 수탁과 프라임 브로커리지 등을 맡는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의 구조를 설명하며 “전통 금융사들과 가상자산 기업들의 협력을 통해 산업 활성화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해붕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장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국내 거래소의 경쟁력 및 한계점’ 세션에서 법인 계좌 허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관투자가들은 어떤 자산이 좋은지 전문적인 시야로 분석할 수 있고 이들이 시장에 참여하면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추적 오차 등 거래의 기회비용 및 변동성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관투자가들에 가상자산 계좌를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또 “해외 거래소인 바이낸스 같은 경우 자체 블록체인 출시, 코인 발행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할 수 있는 것만 하라’는 불명확한 가이던스밖에 없다”며 “해외 기업들과 자유롭게 경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