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4월 코스닥시장에 오버행(대기매물부담) 우려가 번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코스닥벤처펀드 출시를 계기로 급증한 전환사채(CB)물량이 보호예수 1년이 지나가면서 코스닥시장에 수급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8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간 코스닥시장에서 발행된 CB 규모는 총 595건, 6조3151억원이다.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포함해 연간 CB 발행 규모가 대개 2조5000억원 안팎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는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이달 보호예수가 해제될 예정인 지난해 4월 발행 물량만 약 4864억원어치다.
이처럼 CB 발행이 급증한 데에는 지난해 4월 5일 출시된 코스닥벤처펀드가 한몫한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투자협회 통계를 보면, 코스닥벤처펀드는 출시 이후 지난 3월 말까지 1년간 CB를 포함, 총 2조9932억원을 끌어모았다. 이 가운데 사모가 2조3603억원 규모로 전체의 79%에 이른다.
코스닥벤처펀드를 비롯해 CB 대다수가 사모 발행인 것을 감안하면, 1년의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는 이달부터 자칫 오버행 이슈가 부각될 수 있다. 현행법상 사모 발행에선 의무적으로 1년간 보호예수가 적용된다.
SK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발행된 CB 규모는 약 4조원으로, 총 323건이 발행(SPAC 발행 포함)됐다. 그 중 공모간접발행은 단 7건에 불과했다. 총 323건 중 211건은 표면금리 0%로 발행됐을 정도로 채무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
최근 1년 코스닥지수 추이 [자료=삼성증권] |
실제 코스닥지수는 지난 연말 이후 상승 추세에 있다. 올 들어 지난 1일까지 9.1% 올랐다.
주가 상승에 따라 코스닥벤처펀드 수익률도 개선되고 있다. KTB코스닥벤처, 미래에셋코스닥벤처기업1, 삼성코스닥벤처플러스1, KB코스닥벤처기업2 등의 펀드가 최근 3개월 15~16%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은 -1%대에서 -8%대로 모두 마이너스였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일 기점으로 벤처기업들의 CB BW(신주인수권부 채권) 발행이 크게 늘었다"며 "코스닥벤처펀드 출시 1년여가 지난 지금, 이제는 이들 채권들의 순차적으로 돌아오는 전환청구 개시일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벤처기업 신주 투자 비중이 기존 50% 이상에서 15% 이상으로 완화됐다. 여기에 추가로 펀드 신설 1년간 구주·신주 구분 없이 벤처기업으로 지정돼 있거나 벤처기업 해제 후 7 년 이내의 코스닥 상장기업 신주 또는 구주 투자 비중 35%를 유지해야 한다.
다만, CB 발행 기업들이 코스닥 내에서도 주로 소형주에 몰려 있다고 봤을 때, 코스닥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물량 부담이 있을 순 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대개 CB 발행 기업이 코스닥에서도 시총 상위 대형주보단 소형주인 경우가 많아 물량이 나온다고 해도 지수 자체에 부담을 줄 정도까진 아니고, 개별종목 이슈에 그칠 것 같다"고 언급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