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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절차 무시한 靑 개입에…'갈등의 활주로' 내달리는 인국공 사태

입력: 2020- 06- 27- 오전 02:16
© Reuters.  법·절차 무시한 靑 개입에…'갈등의 활주로' 내달리는 인국공 사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인 보안검색 요원의 정규직 전환 방침을 발표한 뒤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이 지난 25일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공정한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결국 사달이 났다. 본사 정규직이 1400여 명인 회사가 비정규직(용역회사 직원) 1900여 명을 일거에 직접고용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게 공정이냐”는 청년들의 분노가 터져나왔고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을 멈춰달라’는 청원대 국민청원 지지자는 단 사흘 만에 24만 명이 넘었다. 인천공항공사 내부는 기존 정규직과 비정규직, 심지어 비정규직 내부에서조차 노노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한마디로 청와대가 무리하게 개입했기 때문이다. 국제공항 운영 회사는 공공성과 영리성뿐 아니라 고도의 보안시스템까지 갖춰야 해 독립적인 인사 정책이 필요하다. 이 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청와대가 끼어들다 보니 문제가 터질 수밖에 없었다.

인천공항공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2일 취임 후 처음으로 방문한 ‘1호 사업장’이다. 정일영 당시 사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앞에서 연내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화를 보고했고 대통령은 웃음으로 답했다.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이슈는 민주당이 야당이었던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불공정한 갑을관계를 개선하겠다며 발족한 ‘을지로위원회’가 인천공항을 ‘시범 케이스’로 지목한 것이다. 이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공공운수노조가 가세했고 자연스레 인천공항공사는 정규직화 투쟁의 ‘성지’가 됐다.

이어 2017년 대선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공약을 내세운 문 대통령이 당선된 뒤 인천공항공사 경영진은 필사적으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매달렸다. 하지만 다양한 업종의 수많은 도급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새로 노조를 꾸려 자신들의 이해를 내세우면서 정규직화 작업은 난관에 부딪혔다. 급기야 ‘노·사·전문가협의회’라는 ‘신박한’ 논의기구까지 등장했다. 전문가 의견을 앞세워 정책을 완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전환 방식의 뼈대를 조성하는 데만 3년이 걸렸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달 들어 총 9785명의 정규직 전환대상자 중 2143명은 공사가 직접 고용하고, 7642명은 자회사를 설립해 채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졸속 추진에 따른 허점은 곧바로 드러났다. 생명·안전과 관련된다며 공사가 직고용하기로 한 여객 보안검색 업무 종사자 1902명이 문제가 됐다. 이 업종은 법률상 지방경찰청장의 허가를 받은 전문업체만이 수행할 수 있다. 소속된 경비지도사나 경비원들도 법상 일정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 허가받지 못한 기업은 경비업을 할 수 없고, 이들을 직접 고용하는 것도 금지된다. 기존에는 전문 경비업체에 용역을 맡겨왔지만 직고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법 위반 가능성이 불거진 것이다.

결국 인천공항공사는 경비업법 적용을 받는 경비원을 청원경찰법 적용 대상인 청원경찰로 전환하는 편법을 동원했다. 그것도 우선은 경비 자회사를 설립했다가 청원경찰을 운영할 수 있는 멍석이 마련되면 다시 직고용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국가 주요시설 보안·경비라는 고도의 전문성과 경찰 등 관계기관과의 원활한 협조 필요성 등 경비업법의 입법 취지는 무시됐다.

직접고용 절차·기준은 허술했다. 입사 시점에 따라 채용선발 절차를 달리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방문한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자는 정규직화 가능성을 알고 들어왔으니 별도의 관문을 통과하라는 식이다. 결국 이 기준은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한 보안검색 종사자로만 구성되는 별도의 노조를 낳았다.

청와대는 ‘갈등’이라는 불에 기름을 붓고 있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 수석은 “정규직화 대상은 특정 직종에 국한된 것으로 취업준비생 일자리를 뺏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청년들의 분노는 그저 배 아픔이 아니라 노력이 무시되고 일자리를 현재 내부자끼리 나눠 갖는 것에 대한 절규다.

인천공항공사 정규직들의 반발도 예견된 것이다. 이 회사 정규직 노조는 25일 청와대 앞으로 달려갔다. 이들은 청와대에 ‘공정’의 의미를 물으며 보안검색 종사자의 직고용 방침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노노, 노사, 세대 간 갈등까지 촉발한 이 사태가 인천공항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공항공사, 한국도로공사도 앞으로 줄줄이 청와대로 달려갈 것이다.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겠다’는 바람직하지만 지나치게 단순한 발상으로 절차나 법·제도를 무시한 채 청와대가 직접 개입했을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의 인력 운용과 계약 방식은 경영 여건에 따라 판단해야 할 전문적이고 특수한 영역이란 사실을 간과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며 “공기업에서 공공성 못지않게 기업성과 효율성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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