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출처=KB국민은행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KB국민은행이 카카오뱅크 상장에 잭팟을 터트렸다. 카카오뱅크가 상장 이틀 만에 시가총액 10위권에 진입하면서 국민은행도 3조원에 가까운 지분 투자 이익을 얻은 것이다. 경쟁사로 남을 뻔한 카카오뱅크의 주주로 일찌감치 참여하는 전략적 판단이 황금알을 낳았다는 평가다.
'지'분투자로 인뱅 '지'피지기…13배로 불어난 투자원금
9일 카카오뱅크는 전거래일(6만9,800원) 대비 12.46% 오른 7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 대비 101.3% 오른 수치다. 상장 이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적정주가가 2만4,000원(BNK투자증권), 4만5,000원(교보증권) 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투자자들이 카카오뱅크의 정체성을 은행보다 '플랫폼'에 더욱 무게를 두며 정의를 내린 결과라는 평가다.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도 37조2,954억원으로 불어나며 코스피 시총 9위(우량주 제외)로 올라섰다.
카카오뱅크의 몸값이 치솟자 카카오뱅크 설립 과정부터 함께 했던 국민은행도 '잭팟'이 터졌다. 국민은행은 지분 8.01%를 보유한 3대 주주다.국민은행은 지금까지 카카오뱅크에 총 2,293억원을 투자했다. 보유한 총 주식 수를 감안한 국민은행의 카카오뱅크 주식 평균단가는 6,019원이다. 이날 종가 7만8,500원의 13분의 1 수준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지분 투자로 원금이 13배로 불어났다는 의미다. 이날 카카오뱅크 시총을 반영한 국민은행의 카뱅 지분 장부가는 2조9,907억원이다. 카뱅에 투자한 원금(취득원가) 2,293억원 대비 13배 급증한 규모다. 이에 따른 평가이익은 2조7,614억원을 기록 중이다.
출처=각사 자료 참고
카뱅 컨소 참여 주도 허인 행장 '안목'도 한몫
특히 국민은행이 지난 6일 카카오뱅크 상장으로 누린 평가이익 증가분만 2조2,675억원에 달한다. KB금융지주가 금융지주 시총 1위 자리를 카카오뱅크에 내줬지만, 국민은행이 2조원대 평가이익을 내면서 최선의 실익을 챙기는 모양새다. 낯선 경쟁자인 인터넷은행을 파악하기 위해 카카오뱅크에 지분 투자한 국민은행의 6년 전 판단이 옳았던 셈이다.
2015년 국민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허 행장은 당시 카카오뱅크 지분투자와 설립 컨소시엄 업무를 주도했다. 2015년 6월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안을 발표하자 인터넷은행 참여 TFT를 구성한 것도 허 행장이다.
허 행장은 카카오뱅크가 빠른 시일 내 상장이 가능할 것이며, 인터넷은행이 전통은행 대비 높은 PBR(주가순자산비율)을 인정받아 IPO 시 큰 상장차익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에 비해 후발주자지만, IPO에 성공한 첫 국내 인터넷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국민은행은 6개월 보호예수가 풀려도 장기 보유한다는 데 무게를 둔 상태다. 여전히 '다른' 카카오뱅크를 지근거리에 두고 필요한 부분을 KB금융에 이식한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은행은 자행 출신 인사를 카카오뱅크 사외이사로 둔 상태다. 주주사인 만큼 이사회와 주주총회 결의 사항 역시 카카오뱅크로부터 보고받는 중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아직 의무보유 기간이 남았기 때문에 지분 보유나 처분에 대한 논의가 공론화되진 않았지만, (카뱅 지분 투자는) 내부 전략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