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금융위원회 제공
“은행들이 이자 장사로 돈 번다고 비판하는데, 좀 냉정히 따졌으면 합니다. 은행은 원래 이자 장사로 돈 버는 곳입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은행의 이자수익을 죄악시하는 풍토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사태를 불러온 하나의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취임 한 달을 맞아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다. 은 위원장은 “은행은 예금 받아 대출해주고 이자수익을 얻는 게 기본 역할”이라며 “은행들이 비이자수익을 늘려야 한다는 부담에 이것저것 찾다가 이런 사태를 유발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DLS 사태는 모두의 공동 책임”
은 위원장은 은행에 비이자수익 확대를 강요하기보다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은 위원장은 “국내 은행이 나아갈 방향은 해외이고, 능력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50달러이던 1967년 외국계 은행이 들어와 삼성과 금성(현 LG) 등에 투자했고 함께 큰 수익을 냈다”며 “개발도상국에 국내 은행과 기업이 함께 진출해 개발형 사업에 참여하는 등의 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 위원장은 DLS 사태에 연루된 금융회사의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조치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DLS는 금융회사와 당국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했다.
불완전판매 피해자는 최대한 구제하겠지만, 이번 사태로 투자자의 ‘자기 책임 원칙’이 간과돼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은 위원장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며 “투자자도 수익률과 안전성을 잘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주식이 빠질 때마다 일일이 대책을 마련할 순 없지 않으냐”며 “금융당국의 역할은 고위험 상품의 손실이 시스템 리스크(구조적 위기)로 번지는 일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은행 인가가 최우선 과제”
한국투자공사(KIC) 사장과 한국수출입은행장을 지낸 그는 당초 민간 금융회사의 자율권을 높이는 ‘규제 완화’에 큰 의욕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취임 직후 DLS, 조국 펀드,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 사모펀드발 악재가 줄줄이 터졌다. 은 위원장은 “내 소신만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고 입장이 바뀌고 있다”며 “20년 뒤 돌아보면 지금의 사태가 자본시장 발전의 성장통이었다는 평가를 받도록 촘촘하게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날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토스뱅크 등 유력 후보의 참여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은 위원장은 “올해 안에 신규 인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분위기가 결코 냉랭하지 않다”고 했다. 금융혁신 주요 정책인 핀테크(금융기술)산업 진흥 전략 발표, 모험자본 활성화, 금융사 임직원 면책제도 전면 개편 등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은 위원장은 “‘말의 잔치’가 아니라 정교하고 치밀한 정책 집행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연 24%인 법정최고금리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연 20%로 낮출 것이냐는 질문에는 “저신용자가 사채 시장으로 몰릴 현실적 위험이 커 시장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금융감독원 일각에서 예산·인력 보강을 요구하는 데 대해서는 “공공기관 조직은 한 번 늘면 줄지 않고,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며 “무슨 뜻인지는 알겠지만 균형 있게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임현우/하수정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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