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첫번째)이 12일 오후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 패션 매장에서 강희태 롯데백화점 사장(두번째)과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다. 안효주 기자
“어머. 저 분 신동빈 회장 아니야. 맞지? 인천까지 오셨네.”
12일 오후 4시45분 인천 관교동의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매장에 들어서자 장을 보러 나온 소비자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신 회장을 알아본 일부 방문객들은 휴대폰을 꺼내 그의 매장 방문 모습을 카페라에 담기도 했다.
신 회장은 이날 강희태 롯데백화점 사장, 문영표 롯데마트 대표 등과 함께 한 건물에 있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의 인천터미널점을 90분간 둘러봤다. 예고 없는 방문이었다. 그것도 쇼핑객들이 가장 붐비는 주말, 오후 시간대를 골랐다. 특히 마트 매장에선 북적이는 쇼핑객들과 한 데 섞여 40여분 가량 머물렀다. 카드를 밀며 식료품을 구매하던 사람들이 알아보자 신 회장은 말없이 옅은 미소를 보내기도 했다.
신 회장이 새해 첫 현장 경영에 나섰다. 이 날은 공교롭게도 신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지난해 10월 5일 경영에 복귀한 뒤 옷을 구입하기 위해 서울 소공동 본점에 들른 적은 있지만, 쇼핑 부문의 핵심 계열사 대표들을 대동하고 현장 점포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처음으로 신 회장이 찾은 인천터미널점은 사연이 있는 점포다.
인천시 소유였던 인천터미널점은 신세계가 1997년부터 지난해말까지 21년간 임대해 운영했던 곳이다. 재정난을 겪던 인천시는 2012년 9월 롯데에 터미널 부지와 건물 일체를 매각했다. 소유권이 롯데로 넘어가자 신세계는 “인천시가 롯데와 비밀협약을 맺고 특혜를 줬다”며 매각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2·3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신세계는 결국 지난해말 영업을 종료했고, 이달 4일부터 간판을 롯데로 바꿔 달고 문을 열었다.
인천터미널점은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로 영업면적 5만1867㎡(1만5690평)으로 연간 6000억원대의 매출을 내는 ‘알짜점포’다. 로 롯데백화점에선 소공동 본점, 잠실점, 부산본점에 이어 매출 순위 4~5위권에 해당되는 규모다.
신 회장은 인천점을 찾은 이유에 대해 “새로 문을 연 점포여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보러 왔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2일 오후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 입구에서 매장 배치도를 보며 최왕진 점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안효주 기자
신 회장은 이날 오후 3시40분경 백화점 1층 정문으로 들어와 바로 에스컬레이터로 5층까지 올라갔다. 이 곳 문화센터에서 강희태 사장으로부터 점포 현황 등에 대해 간략한 브리핑을 받았다. 이후 가장 꼭대기층인 6층 식당가에서부터 지하 1층 롯데마트까지 에스컬레이터로 한 층씩 내려오며 약 90분 간 전 점포를 둘러봤다.
신 회장은 현장 방문 내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만족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김선민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장이 2~4층 패션매장을 지나며 자체상표(PB) 의류에 대해 설명하자 고객를 끄덕이기도 했다. 개점 이벤트가 열리는 1층에서는 4~5분 가량 머물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대형 인형뽑기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도 밝은 표정으로 지켜봤다.
백화점에 이어 4시20분께 부터는 지하1층의 롯데마트 찾았다.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은 금천점에 이은 두 번째 ‘스마트스토어’다. 차세대 정보통신(IT)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방문객들이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앱을 통해 인천터미널점에서 제공하는 할인 쿠폰을 바로 받을 수 있는 게 대표적이다. 매장 내 진열 상품은 종이 가격표 대신 QR코드가 표시된 ‘전자가격표시기(ESL)’를 사용해 QR코드 스캔 만으로도 장바구니 없이 쇼핑할 수 있다.
신 회장은 축산물 코너에 들러 문 대표로부터 육류 상품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냉동 식품이 보관돼 있는 냉동 진열고도 살펴봤다. 신 회장은 “축산 코너 고기 상태가 신선해보인다”며 “매장 방문객들이 무척 많아 기쁘다. 이럴 때일수록 식품 안전 관리에 각별히 신경써달라”고 당부했다.
신 회장은 “방문객들이 많은 건 여러분들이 수고한 덕분”이라며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인천=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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