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11월1일 (로이터) - 근로시간 단축이 제조업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박윤수 연구원과 박우람 연구원은 1일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주 40시간 근무제 시행이 10인 이상 제조업체 종사자 1인당 연간 실질 부가가치 산출을 약 15% 향상시켰다고 밝혔다.
주 40시간 근무제는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산업 및 사업체별로 시차를 두고 시행됐고, 이를 통해 근로시간이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됐다.
보고서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장시간 근로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으나, 인위적인 근로시간 단축이 자칫 생산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며 "장시간 근로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저해하는 등 다양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나, 근로시간 단축이 생산을 저해할 경우 사회 후생이 악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1990년부터 2016년까지 35개 OECD 회원국의 취업자 1인당 연간 평균 근로시간과 근로시간당 부가가치 산출 관계를 살펴보면 근로시간이 짧은 국가일수록 노동생산성이 높은 경향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결과 만으로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결론을 내기 어렵다며 보고서는 미국 스탠포드 대학 경제학과 존 펜카벨 교수가 1차 세계대전 당시의 실험적 상황을 이용해 근로시간과 생산량의 결과를 분석한 내용을 소개했다.
당시 영국정부는 전시 상황을 감안해 군수산업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규제를 폐지했고, 근로자의 태업과 이직도 제한한 가운데 근로시간과 생산량을 세밀히 조사했다.
팬카벨 교수는 이 조사를 토대로 여성 근로자는 주 49시간까지 근로시간과 생산량이 정비례하나, 그 이상부터는 생산이 둔화되고 주 60시간 이상부터 생산량이 오히려 감소했으며, 남성 근로자의 경우 주 55시간을 전후로 노동생산성이 급속히 하락하는 경향을 발견했다.
보고서는 통계청의 광업ㆍ제조업조사 2000-2012년 자료를 사용해 2000-2012년 중 존속한 10인 이상 제조업체 1만1692개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노동생산성은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주 40시간 근무제가 1인당 자본장비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총요소생산성을 1.8% 향상시켰다며 노동생산성 향상이 자본집약도를 높이기 보다 생산활동 전반의 효율성 향상에 따른 것이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근로시간 단축 정책은 비효율적인 연장근무를 유도하는 제도와 경제적 유인체계를 바로잡는 방향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장근로 임금은 낮추고 정규근로 임금은 높이는 방향으로 노사 합의가 실현되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보다 근본적으로 근로시간이 아닌 생산량에 따른 보상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신형 기자; 편집 유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