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12월10일 (로이터) -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OPEC+)이 7일(현지시간) 시장의 예상보다 더 큰 폭의 감산에 합의했다. 유가 하락에 일조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내린 조치다.
OPEC과 OPEC+는 전일부터 이틀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잇따라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 후 타메르 가드반 이라크 석유장관은 OPEC 회원국들이 일평균 80만배럴, 비회원국들이 일평균 40만배럴을 감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에게 감산을 지양해 글로벌 경제에 기여하라고 촉구해온 바 있다. 사우디는 OPEC의 실질적 대표국이다.
이번 감산으로 유가가 상승한다면, 미국의 제재로 석유 수출의 제한을 받는 이란의 숨통도 트일 가능성이 있다.
수하일 빈 모하메드 알 마즈루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에너지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OPEC에서 지정학적 이슈를 절대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에너지장관의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해결책을 찾아내는" 능력에 찬사를 보내 감산에 동참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틀 동안 OPEC의 감산합의는 불투명한 상태에 놓여있었다. 처음에는 러시아가 지극히 적은 양의 감산만 단행하리라는 우려가 있었고, 이후에는 이란이 감산 예외를 적용받지 못해 합의 성사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타났다.
그러나 수시간 동안의 협상 끝에, 이란은 OPEC의 감산에 찬성 의사를 표했다. 아울러 러시아는 더 큰 규모의 감산도 준비돼있다는 신호를 내비쳤다.
OPEC 소식통 2명의 말에 따르면, OPEC+ 산유국들은 이날 신속히 감산 합의안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드반 장관은 감산이 내년 1월부터 6개월 동안 진행될 것이며, 올 10월 산유량이 감산의 기준점이라고 전했다. OPEC과 러시아의 10월 산유량은 11월 산유량보다 적었다.
유가는 지난 10월 이후 3분의1 가까이 떨어졌다. 사우디, 러시아, UAE가 이란 제재에 따른 공급 감소분을 만회하기 위해 산유량을 늘린 영향이다.
노박 장관은 러시아가 일평균 약 22만8000배럴 감산을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10월 산유량은 일평균 1140만배럴이었다. 다만 그는 러시아의 감산이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며, 수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드반 장관은 이라크가 일평균 약 14만배럴을 감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사우디는 일평균 20만배럴을 약간 웃도는 규모의 감산에 나설 것이라고 전하며, 사우디는 이미 산유량을 일평균 50만배럴 줄였다고 밝혔다.
팔리 장관은 사우디의 12월 산유량이 일평균 1070만배럴로, 내년 1월 산유량이 일평균 1020만배럴로 나타날 것이라 알렸다.
한편 팔리 장관은 미국과의 관계를 두고 "양국의 관계는 공유된 가치를 기반으로 형성됐다"라고 말했다. 공급차질이 발생할 경우, OPEC은 감산을 유지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편집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