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5월21일 (로이터) - 이탈리아의 정치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포퓰리즘 성향의 반체제정당 '오성운동'과 '동맹'은 연립정부 운영안을 발표하고 유사 화폐를 독자 발행해 정부 지출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3월4일 선거에서 의회 다수석을 차지한 양대 정당의 합의안은 급진적이었던 종전보다 일부 수위가 낮아졌다.
그러나 이들의 합의안이 그대로 실행될 경우 유럽연합(EU)과의 충돌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심각한 정부 부채 증가 위험도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유로존에서 세번째로 경제 규모가 크지만, 부채 규모는 가장 큰 국가이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은 양대 정당이 발표한 지출계획안을 따를 경우 내년 이탈리아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3.5%로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제출된 안정협약 추정치 0.8%를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탈리아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들은 유로 매도 규모를 늘리고 있다.
옵션 시장에 따르면, 앞으로 6개월, 12개월에 대한 투자자들의 유로화 하락세 베팅 규모는 지난해 11월 당시보다 더 커졌다. 여기에는 달러화 강세도 일부분 기여했다.
바노르 SIM의 안젤로 메다 주식 헤드는 "이탈리아 양대 정당의 합의안을 봤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돈을 어디서 가져올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가 4개월래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낸 점도 투자자가 이탈리아의 위험을 높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신용평가사 DBRS는 차기 이탈리아 정부의 경제 계획이 국가신용등급에 위협을 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DBRS는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을 'BBB high' 등급으로 평가하고 있고, '안정적' 전망을 부여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차기 정부의 '미니 단기국채' 발행 발표가 채권 시장에 대한 우려를 자극했다고 말했다. '미니 단기국채'는 중앙은행과 별도로 정부가 마음대로 발행할 수 있는 '유사 화폐'다.
연정 마이너 파트너인 '동맹'의 경제담당 대변인 클라우디오 보르기는 이날 정부가 미니 단기국채를 발행해 기업을 대상으로 조달대금 등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편집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