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29일 급락했다. 코스피지수는 1.7%, 코스닥지수는 4.0% 하락했다. 코스닥지수(618.78)는 27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 낙폭이 표시돼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한국 증시의 ‘나홀로 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하는 등 세계 주요국 증시가 순항하는 것과는 딴판이다.
코스닥지수는 29일 25.81포인트(4.0%) 급락한 618.78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17년 4월 14일(618.24) 후 2년3개월여 만의 최저치다. 지수 하락폭은 ‘검은 10월’로 불린 작년 10월 29일(-33.37포인트, -5.0%) 후 가장 컸다.
코스피지수도 36.78포인트(1.7%) 하락한 2029.48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 기준으로도 한국 증시는 올해 세계 증시 중 수익률 꼴찌다. 올 들어 0.6% 하락해 유일하게 마이너스다.
한국 증시의 ‘왕따 현상’은 미·중 무역분쟁 여파에 상장사 실적 부진이 겹친 탓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의 수출규제도 시장을 옥죄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는 4.7% 급락했지만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6% 상승했다. 양국의 갈등이 한국 증시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확정, 미·중 무역협상 기대감 약화, 반도체 가격 하락 전환 등 사방에 악재만 가득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29일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 코스닥지수 등 금융시장 지표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한국 증시 '나홀로 폭락'…코스닥 4%↓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상장사 실적이 둔화되는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가) 제외 등 대외 악재까지 덮쳤다. 주식시장은 크게 출렁이고 있다. 당분간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계기가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장 저가매수에 들어가기보다는 무역협상 진행 상황 등을 지켜보며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가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2년 전으로 돌아간 코스닥시장
29일 코스피지수는 2029.58로 마감하며 미·중 무역분쟁이 재점화되던 지난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등이 보합세를 보인 것과 대비된다. 전날 미국과 유럽 증시는 상승세였다.
외국인 투자자가 11거래일 만에 순매도로 돌아선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최근 일본 수출규제 악재 속에서도 한국 주식을 순매수하던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63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를 받아줄 만한 마땅한 매수 세력도 없었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국민연금이 운용사를 변경하며 새로운 자금 집행을 위해 일시적으로 자금을 회수했다”며 “수급 공백을 일으키며 하락폭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코스닥시장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4% 급락해 618.78로 마감했다. 2017년 4월 14일(618.24) 이후 최저치다. 거래가 부진한 가운데 약간의 충격에도 시장이 발작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달 4조2992억원(8억5553만 주)이었으나 이달 들어서는 4조2068억원(7억9172만 주)으로 924억원가량 줄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순매수 규모는 각각 2억원, 7억원에 불과했다.
실적 둔화에 대외 악재까지
내수 경기가 침체되고 상장사 실적이 둔화되는 등 마땅한 호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한국의 산업구조는 대외의존도가 높고 경기에 민감해 외부 악재에 크게 반응한다”며 “전 세계가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에선 정책적 지원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일본과의 분쟁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오는 2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고 수출 규제 범위를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에서 공작기계 등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던 반도체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2.23%)와 하이닉스(-3.51%)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솔브레인(-8.18%), 테스(-7.60%), 원익머트리얼즈(-7.08%) 등 반도체 장비·소재주가 급락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간 한국과 일본 간의 갈등이 단기적으로 반도체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는데, 감산 이슈가 나오고 수출 단가가 하락 반전하면서 업황에 대한 기대가 꺾였다”고 분석했다. 미국 금리 인하가 미뤄지면서 글로벌 증시를 이끌어온 미국 시장까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주 조정 가능성 커져”
전문가들은 주가가 하락했다고 해서 섣불리 저가 매수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상장사의 실적 하향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그간 지수를 방어해온 반도체 종목들의 조정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확실한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 투자를 보류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금, 채권, 달러 등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배당주도 대안으로 꼽힌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준금리가 인하되는 가운데 상장사들의 배당성향이 높아지고 있다”며 “배당이 꾸준히 늘어나는 배당 성장주에 관심을 둘 만하다”고 말했다.
최만수/강영연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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