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최저치까지 추락했던 중국 증시가 급반등했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전쟁 격화로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하자 중국 금융당국이 이를 차단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적극적인 증시 부양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의 반등이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증시도 상승 반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2일 104.41포인트(4.09%) 급등한 2654.88에 마감했다. 지난 18일 2486.42까지 떨어져 2014년 11월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상하이종합지수는 2거래일간 6.78% 올랐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증시 부양 움직임에 증시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금융안정발전위원회가 8월24일 첫 주제별 회의를 시작으로 최근 2개월 동안 열 차례나 회의를 했다”며 “정부가 그만큼 금융시장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보도했다. 금융안정발전위는 중국 경제의 사령탑 역할을 하는 기구다. 이 위원회는 일시적으로 경영난을 겪는 기업의 대출을 무조건 중단하거나 회수하지 않기로 했다. 또 “자본시장은 중국 경제와 금융시스템, 투자자의 기대 심리 안정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혀 적극적인 증시 부양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중국 증시의 급반등은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오전 한때 19.34포인트(0.89%) 하락한 2136.92까지 밀렸지만, 중국 시장 개장 이후 낙폭을 줄여 5.45포인트(0.25%) 오른 2161.71에 마감했다. 신세계(4.31%) LG생활건강(3.44%) 아모레퍼시픽(3.15%) 등 중국 소비시장 관련주가 반등을 주도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한국 증시는 미국보다 중국 증시에 연동하는 날이 많았다”며 “중국에 반도체, 기계부품과 같은 중간재를 주로 수출하는 산업 구조 특성상 중국 경기 개선은 국내 상장사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중국 당국이 위안화 환율 급등과 자본 유출 위험을 감수하고 3년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경기 부양에 미온적이던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추가적인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중국 펀드 바닥 찍었나
중국 증시 반등에 중국 펀드 투자자의 기대도 살아나고 있다. 중국 펀드의 설정액은 7조2915억원으로, 국내 해외 주식형펀드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중국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0.62%로 해외 주식형펀드 중 최하위다. 167개 펀드가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중국 증시가 급등하면서 KODEX 심천Chinext(5.27%), KBSTAR 중국본토대형주CSI100(4.21%), KODEX 중국본토(3.71%) 등 중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은 수익률을 일부 만회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현재 바닥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16년 초 중국에서 신용 거품이 터지며 금융위기설이 나돌 때 상하이종합지수가 2600대 초반까지 하락했다”며 “지금은 그런 정도의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주가가 2600선 아래로 떨어지는 건 과도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투자에는 여전히 신중하라는 의견이 많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어 본격적인 상승추세를 기대하긴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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