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환송회까지 하고 친하게 지내던 고객들에게 떠난다고 인사도 했는데, 난데없이 날벼락을 맞았네요.”
기아자동차 영업직·기술직 직원 250여 명이 직군전환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생산직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결정돼 관련 준비를 마쳤는데, 정작 인사발령이 나지 않고 있어서다. 회사와 노동조합은 “조만간 발령이 날 것”이라고 하지만, 당사자들은 이러다 직군전환이 취소될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올해 초 직군전환 희망자를 모집했다. 회사와 노조는 직군전환 희망자를 상대로 면담하는 등 관련 절차를 밟았고 약 250명을 직군전환 대상자로 결정했다. 대상자들도 관련 내용을 통보받았다. 하지만 인사발령은 지난달 말 갑자기 보류됐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와 논의할 부분이 남아 발령이 미뤄졌다”고 말했다.
당사자들은 일부 노조 대의원이 직군전환을 막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대의원들은 영업직과 기술직 직원이 한꺼번에 빠지면 남은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세진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직과 기술직에서 생산직으로 가겠다는 이들은 많은데, 반대로 생산직에서 영업직 또는 기술직으로 옮기겠다는 이들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노조 정비지회와 판매지회가 자신들의 세가 약해지는 걸 막기 위해 직군전환을 반대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기아차 관계자는 “노조 판매지회와 정비지회는 줄어드는 직원 수만큼 인력을 충원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경영 환경상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직군전환 대상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당사자는 “후임자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하고 갖고 있던 고객 명단을 전부 파쇄했다”며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공장 주변으로 이사할 준비를 마쳤는데 발령이 나지 않아 곤란해졌다고 호소하는 직원도 있다. 일부는 “조합원들이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을 노조 대의원이 막는 상황을 납득할 수 없다”며 “이런 노조라면 탈퇴하고 싶다”고 비판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직군전환 문제 때문에 노노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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