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얼어붙었던 회사채 시장에 다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세에 불이 붙으면서 1월 회사채 수요예측(사전 청약) 경쟁률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우량등급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달라진 기관, 연일 뭉칫돈
26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 매체인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이달 국내 16개 기업이 2조57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 총 18조5110억원의 매수주문이 들어온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경쟁률은 7.2 대 1로 2012년 4월 회사채 수요예측 도입 이후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기존 최고치는 2019년 4월의 5.1 대 1이었다.
발행에 나선 모든 기업이 ‘완판’에 성공했다. 9곳은 1조원 이상의 ‘사자’ 주문을 받았다. SK이노베이션(2조1700억원)과 현대제철(2조700억원) 회사채에는 2조원이 넘는 투자수요가 몰렸다.
불안감을 털어낸 기관들이 다시 회사채를 적극적으로 쓸어담고 있다. 정부의 공격적인 유동성 지원정책 등에 힘입어 회사채시장이 지난 1년간 조금씩 안정을 찾은 것이 기관들이 투자전략을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6월 초 0.777%포인트까지 벌어졌던 3년 만기 AA-등급 회사채 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 격차·시가평가 기준)는 지난 25일 0.342%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지난해 1월 17일(0.403%포인트)보다 더 축소됐다.
달라진 수급 상황도 분위기 변화에 한몫하고 있다. 투자하려는 기관은 많아진 반면 발행되는 채권물량은 줄어들어서다. 이달 회사채 공모에 나선 기업들이 최초로 제시한 발행금액은 총 2조5700억원으로 지난해 1월 발행금액(4조2700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여러 기업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에 대비해 기존 계획보다 많은 자금을 조달해놨기 때문에 올해는 평소보다 채권을 적게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저신용 기업도 기지개 켜나회사채시장의 초강세는 냉각됐던 저신용 회사채 투자심리까지 녹이고 있다. 올해 A-등급 이하 기업 중 가장 먼저 채권 발행에 나선 두산인프라코어(신용등급 BBB)가 1100억원어치 회사채 완판에 성공했다. 이 회사가 이날 진행한 수요예측에 2860억원의 매수주문이 들어왔다. 불과 한 달 전엔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의 지원에도 회사채 투자수요가 모집액에 못 미쳤지만 이번엔 자력으로 투자자를 확보했다. 한화건설(A-)과 한신공영(BBB+), 한진칼(BBB) 등도 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사라질 뻔했던 하이일드펀드의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이 2023년까지 연장된 것도 호재다. 하이일드펀드는 자산의 45% 이상을 BBB+등급 이하 채권이나 코넥스 상장기업 주식 등에 투자하면 공모주 배정물량의 5%를 우선 받을 수 있다. 10%였던 공모주 배정물량이 줄긴 했지만 최근 공모주 시장이 초호황임을 고려하면 하이일드펀드 운용사들이 적극적으로 저신용 회사채 매입에 나설 여지가 생겼다는 평가다.
김진성/이현일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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