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들이 7일(현지시간) ‘IFA 2019’에서 종이처럼 말아 넣을 수 있는 롤러블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을 살펴보고 있다. LG전자 제공
“삼성전자 QLED 8K TV는 사실상 4K TV다.”
박형세 LG전자 TV사업운영센터장(부사장·사진)은 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 QLED 8K TV의 ‘화질선명도(CM)’가 12%로 나왔다”며 “화소 수(3300만) 기준으론 8K가 맞을지 몰라도 해상도 기준으론 8K 규정을 충족하지 못하는 TV”라고 말했다. 화질선명도는 흰색과 검은색이 얼마나 잘 구별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로, 100%에 가까울수록 선명하다는 의미다.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는 8K 해상도의 표준규격을 화질선명도 50%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LG전자는 삼성전자 QLED 8K 75인치 TV와 함께 같은 크기의 LG전자 나노셀 8K TV, 소니 8K TV 등을 인터텍과 VDE 등 화질인증기관 두 곳에 맡겨 화질선명도를 측정했다. 박 부사장은 “LG 제품의 화질선명도는 90%, 소니는 80%였다”며 “기준을 밑도는 업체는 삼성전자 TV뿐이었다”고 설명했다.
화질선명도의 중요성에 대해 삼성전자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게 LG전자의 주장이다. 박 부사장은 화질선명도에 대한 내용이 있는 2016년 삼성디지털프라자 광고물과 삼성전자 뉴스룸 게시물 등을 증거로 공개했다. 그는 “LG전자 4K TV의 화질선명도가 삼성전자 제품보다 낮다고 공격했던 삼성전자가 왜 지금 와선 ‘모르겠다’고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6년 ICDM이 해상도의 표준규격(화질선명도 50% 이상)을 정할 때 삼성도 관련 논의에 동참했다”며 “2019년의 삼성전자가 2016년의 삼성에 물어보고 배워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삼성전자 QLED 8K TV의 실질적인 해상도가 8K 하위 단계인 4K TV 수준이라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화소 수만 놓고 보면 4K는 약 800만 개로 8K(약 3300만개)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정석 LG전자 TV마케팅커뮤니케이션 상무는 “삼성의 8K는 4K 수준의 TV라고 봐야 한다”며 “표준을 정하는 건 산업이 공생하자는 취지인데 눈속임이 횡행하면 혼란스러워진다”고 비판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가 소비자를 사실상 ‘속이고 있다’는 뜻도 드러냈다. 박 부사장은 “8K TV가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정확하게 알고 사야 한다”며 “진실을 밝히고 표준이 뭔지를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8K 협의체에 대해서도 “굳이 가입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5일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협의체를 구성한 건 들어오라는 것”이라며 LG전자의 가입을 간접 촉구했다. 박 부사장은 이에 대해 “골프엔 PGA 규칙이 이미 있는데, 따로 협의체를 구성하고 ‘첫 홀은 참가선수 모두 파(Par)로 하자’고 제안한다고 해서 그게 표준이 되는 건 아니다”며 “룰에 따라 제품을 만들어야지, 제품을 만들고 나서 룰을 정하자고 하는 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베를린=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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