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에도 기업 부담은 늘지 않는다고 강변한다. 30년간 산업현장에 적용해온 행정해석을 명문화한 것일 뿐이란 설명이다. 반면 산업계는 인건비가 크게 오른다고 하소연이다. 주휴일을 최저임금 계산 시간에 포함하면 대기업마저 최저임금 위반으로 적발될 우려가 커 급여를 올려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기업일수록 기본급에 비해 각종 수당과 상여금, 복리후생비가 덧붙는다. ‘기본급의 OO%’식이다. 노동조합의 힘이 센 기업일수록 임금구조는 더 복잡해지고, ‘기본급의 OO%’ 수준도 높다.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리면서 기본급이 오르면 다른 수당도 덩달아 올라 인건비 부담이 커지게 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저임금 시급 1000원 인상을 수당 동반 인상까지 포함해 계산하면 연봉 400만원 이상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영세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당장 생존 문제에 봉착해 있다.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들은 현실적으로 주휴수당을 주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당연히 주휴일을 최저임금 산식에 포함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행령 개정으로 주휴수당을 주지 않으면 범법자가 된다. 최저임금 추가 인상(10.9%)에다 주휴수당 부담까지 더해지면 실질 인건비는 33% 급등한다(30일 자유한국당 논평)는 분석도 나온다.
노조 유무와 기업 규모에 따라 임금 격차가 더 심해지는 문제도 있다. 대기업일수록 오랜 기간 노사협상을 통해 복잡하고 다양한 임금, 복리후생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에 비해 지급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및 영세사업장의 근로자는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2017년 기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비율(미만율)은 13.3%다. 숙박·음식업은 34.4%에 이른다.
이런 산업계 현실을 정부가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시행령 개정을 강행하는 배경에는 지나친 ‘노동계 눈치 보기’가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정책이야말로 정부의 노동존중 의지를 판단할 수 있는 잣대라고 주장한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절차나 내용 면에서도 무리수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무엇보다 이해 당사자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임금 지급 주체인 기업은 부담 급증을 호소하며 국회에서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노사 간 의견차가 크거나 경제적·사회적 파장이 큰 정책을 논의할 때 자주 활용해온 ‘사회적 대화’는 시도조차 없었다. 법 위반 시 처벌이 뒤따르는 중요한 법적 판단기준을 시행령으로 바꾸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저임금, 통상임금처럼 임금을 둘러싼 문제가 끊이지 않는 근본 원인은 복잡한 임금체계에 있다. 정부와 재계도 여기에 인식을 같이한다. 기본급 비중은 낮은 대신 시간외수당, 약정수당, 복리후생비, 성과급 등의 비중이 높은 복잡한 수당 체계에서 문제가 비롯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법은 다르다.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강행하되, 최장 6개월의 유예기간에 기업이 고치라는 입장이다. 기업들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기본급 외에 다른 수당들도 같은 비율로 다 오르다 보면 전체 인건비 상승분은 40%에 이른다고 호소한다.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목적은 저임금 근로자들의 생활 안정이다. 대기업·유노조·고임금 사업장 근로자의 임금이 최저임금에서 왜 문제가 돼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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