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흑당버블티 전문점 타이거슈가는 지난 3월 서울 홍대점을 열었다. 흑당버블티 맛을 보려고 수백 미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매일 벌어졌다. 이때만 해도 식품업계에선 ‘반짝 유행’일 것으로 예상했다. 극단적으로 단맛이 나는 흑당을 찾는 사람이 20~30대 일부에 그칠 것으로 봤다. 그렇지 않았다. 타이거슈가 홍대점의 줄은 지금도 길다. 매장 수는 6개월 만에 23개까지 늘었다. 식품 업체들은 너도나도 흑당 제품을 내놓고 있다.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매운 중국 향신료 마라도 비슷하다. 최근 수년간 이어진 ‘마라 열풍’은 식을 줄 모른다. 마라향을 입힌 과자와 가정간편식(HMR) 등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요즘 20~30대는 매운 마라 메뉴로 식사하고, 달콤한 흑당 디저트로 혀를 달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만서 온 달콤함…막걸리에도 흑당
흑당 음료 판매량은 급증하고 있다. 이디야가 지난 7월 선보인 흑당 버블티, 흑당 라테 등 흑당 메뉴는 한 달 만에 판매량 150만 잔을 돌파했다. 매일 5만 잔씩 팔린 셈이다. 타이거슈가, 더앨리, 쩐주단 등 흑당버블티 전문점들이 인기를 끌자 이디야 등 커피전문점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흑당 열풍에 힘입어 공차코리아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 버블티를 알린 원조 브랜드인 만큼 흑당 버블티를 먹기 위해 공차를 찾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공차코리아가 선보인 흑당 메뉴는 지금까지 370만 잔 이상 판매됐다.
흑당 트렌드는 식품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해태는 ‘흑당 쇼콜라 맛동산’, 삼양은 ‘흑당 짱구’를 내놓으며 40년 이상 된 제품에 변화를 줬다. 편의점들도 자체상표(PB) 제품으로 흑당 먹거리를 쏟아내고 있다. 놀부가 운영하는 막걸리 프랜차이즈 ‘취하당’은 흑당 막걸리까지 내놨다.
흑당은 사탕수수즙을 검게 변할 때까지 끓인 뒤 굳혀 만든다. 대만에서 즐겨 먹는 디저트 재료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흑당이 가진 극한의 단맛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이 많다”며 “당분간 흑당의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관련 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나타운서 시작된 마라
마라의 인기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떡볶이 브랜드 죠스떡볶이는 지난달 말 마라맛 HMR 떡볶이 ‘마라죠스’를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오리온은 스테디셀러 오징어땅콩에 마라맛을 입힌 ‘마라맛 오징어땅콩’을 내놨다. 성경식품은 식품업계 최초로 ‘마라맛 김’을 선보이며 마라 열풍에 올라탔다.
마라는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2017년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에서 주인공 장첸(윤계상 분)이 서울 구로구 차이나타운에서 마라 가재요리 ‘마라롱샤’를 먹는 장면이 마라를 알린 중요한 계기였다는 게 외식업계 평가다. 중국인 유학생이 늘면서 중식 전문점이 많아진 것도 배경이다.
마라는 중국 사천 지방에서 즐겨 먹는 전통 향신료다. 팔각, 정향, 회향 등 국내에는 다소 생소한 재료가 들어 있어 얼얼한 맛을 낸다. 원래 매운맛을 즐겼던 한국인들이 이전에는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종류의 매운맛에 열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랩 교수는 “중화권 국가와 교류가 늘면서 현지 입맛에 익숙한 한국인들이 많아졌다”며 “이들은 국내에서도 그냥 매운 게 아니라 사천 지역 특유의 얼얼한 매운맛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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