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10월19일 (로이터) - 미국 증시의 대폭락이 있었던 1987년 10월19일을 가리키는 블랙 먼데이(Black Monday) 30주년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다만 투자자들은 건전한 기업 실적과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밸류에이션으로 인해서 증시의 조정 시기가 벌써 지난 게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시간으로 오늘 저녁 미국 증시에서 블랙 먼데이가 재연될 수 있을까?
현대 거래 기술과 증권 거래소 운영 방식의 변화, 그리고 투자 펀드들의 운용 방식을 종합적으로 따져봤을 때 1987년 증시 대폭락이 재연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신중한 트레이더들은 그럴 가능성을 100퍼센트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뉴욕에 소재한 오설리번증권 NYSE 담당부서장인 켄 폴카리는 "우리는 반응 내지 과도한 반응 차원에서 과거 저지른 잘못들로부터 많은 걸 배웠다"라고 말했다.
1987년 10월19일 월요일, 직전주 미국과 아시아 증시가 대폭 하락한 후 미국 증시의 다우존스슨업평균지수 .DJI 는 무려 508포인트, 22.6% 폭락했다. 이러한 폭락률은 사상 최대였다.
뉴욕에 소재한 분데리히 증권의 수석시장전략가인 아트 호건은 " 지금도 하루 최대 20%까지 하락이 가능하지만, 보다 질서정연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라면서 "우리는 잠시 동안 시장 움직임을 중단시키면서 사태를 차분히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더 갖춰놓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1987년 대폭락 이후 미국 증권거래소(SEC)는 다우가 10, 20, 30%씩 빠질 때마다 잠시 동안 거래를 중단시키는 시장 전반의 '서킷 브레이커' 제도를 도입했다. 1997년 이후 그러한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건 단 한 차례밖에 없었다.
2012년 서킷 브레이커 제도는 조정을 거치면서 거래 중단 기준이 더 낮아졌다. 또한 다우는 벤치마크 지수 자리를 S&P500 지수 .SPX 에 내줬다.
현재 제도 하에서 S&P500이 뉴욕 시간 기준 오후 3시25분 이전에 7% 이상 하락할 경우 거래는 15분 동안 중단된다. 거래가 재개됐는데도 하락세가 지속되고, 시간이 여전히 오후 3시25분 이전이라면 시장은 13% 하락 때 다시 거래가 중단된다. 오후 3시25분 이후에도 하락세가 지속된다면 거래도 지속된다. 다만 하락률이 20%에 도달할 경우 시간과 상관없이 그날 거래는 중단된다.
자본시장 자문회사인 TABB그룹의 사장인 래리 탭은 "증권 업계 상황이 87년과 완전히 달라졌다"라면서 "규제당국자들은 시장이 불안정해질 이유가 없을 때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규정들을 잘 수행해왔다"라고 말했다.
현재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도입된 많은 조치들은 2010년 5월 소위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사태가 일어난 이후 도입된 것이다.
당시 다우지수는 불과 몇 분 동안 1,000포인트 가까이, 즉 약 9% 급락했다가 비슷한 짧은 시간 동안에 낙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뉴욕에 소재한 엠파이어익스큐션 사의 사장인 피터 코스타는 "컴퓨터 기술 도입과 기술의 시장 변화 속도를 감안해봤을 때 어떤 일이나 일어날 수 있다"라면서 경계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 동안 도입된 여러 가지 안전장치들이 1987년 일어났던 것 같은 대폭락의 재연을 막아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18일 다우가 사상 최초로 23,000p을 넘어섰고, 초고속 자동 트레이딩이 도입된 상태에서 일부 트레이더들은 여전히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뉴욕에 소재한 로젠블라트증권의 상무이사인 고든 찰롭은 "예전 대폭락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따져본다면 '그렇다'"라면서 "그런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고 어떤 결과가 생길지는 모른다"라고 말했다.
* 원문기사 (이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