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김민영 기자] 올해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로 주목 받았던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이 미국 증시 상장 첫날 25% 급등했다.
14일(현지시간) ARM(NASDAQ:ARM)의 주가는 나스닥에서 공모가 대비 24.69% 뛴 63.59달러에 마감했다. ARM은 개장 직후 공모가인 51달러 보다 10% 높은 56.10달러에 거래를 시작했고 장중 주가의 상승세가 계속 이어졌다. 이로써 거래 첫날 ARM 시가총액은 단숨에 650억 달러를 기록하게 됐으며, 회사는 IPO를 통해 48억70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
ARM은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전 세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AP의 90% 이상이 ARM의 설계도를 사용하며, 삼성전자·애플·퀄컴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ARM의 투자포인트는 태생적으로 전력 대 성능비가 우수한 덕에, 모바일 외로도 다양한 디바이스들이 Arm IP 기반의 프로세서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과 향후 반도체 시장의 구조적 성장을 견인할 IoT, AR/VR, 자율주행, 등 미래 애플리케이션들 또한 전력 효율성이 중시되므로, TAM(Total Addressable Market) 확장이 기대되는 기업"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업황 회복 지연과 지정학 리스크는 부담요인이다.
문준호 연구원은 "대부분의 전방 선업의 업황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ARM의 이익 성장 재개 역시 지연될 분위기"라며 "ARM의 중국 의존도는 무려 25%에 달하는 상황으로 미중 갈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RISC-V라는 오픈 라이선스 아키텍처의 급부상도 고려 요인이다.
이어 "지금 무리하게 접근하기 보다는 추후 미래 이익에 대한 컨센서스가 형성되거나, 최소한 업황 회복의 조짐을 확인한 이후의 접근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단기 관점에서는 현재 유일하게 수요가 강력하고, 미래 성장성이 가시적인 AI에 집중할 필요가 있으며, AI 수혜 강도에 따라 업체들의 이익이 가면 갈수록, 그것도 보다 더 차별화될 수밖에 없기에 주가 역시 AI 수혜주들이 보다 아웃퍼폼(outperform)할 것이란 전망이다.
ARM의 과거 피크(peak) 실적 기준, 목표 밸류에이션은 PSR(주가순자산비율) 17.8~19.4배, PER(주가수익비율) 72.7~78.9배 수준으로 상장 첫날 시가 총액인 650억 달러는 대형 기술주 사이에서 최고 레벨이다. ARM의 주식은 소프트뱅크 그룹의 인수로 상장 폐지 직전 밸류에이션은 PSR 18.9배, PER 은 42.1배였다.
문준호 연구원은 "모두가 입을 모아 그렇게 비싸다고 했던 엔비디아의 올해 밸류에이션 고점인 PER 63배 대비로도 큰 프리미엄"이라며 "단순히 밸류에이션 배수만 보자면 부담스럽지만, 만약 향후 비교 대상의 업체들보다 더 가파른 이익 성장을 보여줄 수 있다면, 지금의 밸류에이션이 반드시 부담스럽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절대적이거나 상대적인 밸류에이션을 논하기 전, ARM의 미래 기회 요인과 리스크 요인을 함께 고려해 줄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