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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큐레이션] 고립무원 화웨이, 한국은 끝까지 줄타기 해야 한다

입력: 2020- 11- 01- 오전 08:04
© Reuters.  [IT큐레이션] 고립무원 화웨이, 한국은 끝까지 줄타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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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중국 화웨이가 고립무원에 빠졌다. 미중 무역전쟁 당시에도 끈질기게 버티며 존재감을 지키는데 성공하는 한편, 올해 초 유럽과 5G 동맹을 맺으며 활로를 찾는 듯 했으나 최근 미국의 파상공세가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화웨이가 흔들리는 가운데 한국의 상황은 모호해지고 있다. 미국과 보폭을 맞추며 반 화웨이 압박에 나서려고 해도 두터운 경제협력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설정이 발목을 잡는다. 그렇다고 무작정 화웨이 및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입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는 순간이다.

출처=뉴시스

고립무원

현재 미국의 압박에 직면한 화웨이의 5G 통신장비 및 스마트폰 시장 존재감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5G 통신장비의 경우 미국이 동맹국들을 대상으로 노골적으로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는 압박에 나서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실제로 미국은 오랫동안 동맹국들을 대상으로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 것을 종용했으며 최근에는 화웨이 5G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미국 정부가 별도의 인프라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지난 18일 미 국제개발처(USAID)의 보니 글릭 차장은 개발도상국 등 다른 나라를 대상으로 "중국 대신 민주 국가의 장비를 구매할 경우 현지 5G 망 구축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 미국의 버라이즌은 삼성전자를 향해 "중국 5G 장비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 9월 버라이즌과 7조8983억원 규모의 네트워크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한 삼성전자 (KS:005930) 입장에서는 난감한 순간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미국은 아예 클린 네트워크라는 반 화웨이 통신장비 동맹까지 가동하는 중이다. 클린 네트워크는 △클린 캐리어(Clean Carrier) △클린 스토어(Clean Store) △클린 앱(Clean Apps) △클린 클라우드(Clean Cloud) △클린 케이블(Clean Cable)을 의미하며, 사실상 반 화웨이 동맹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캐나다를 비롯해 프랑스, 영국, 그리스 등 많은 유럽 국가들도 동참하고 있다. 최근에는 슬로바키아·북마케도니아·코소보·불가리아 4개국도 동참을 선언했으며 버라이즌과 AT&T는 최근 기업용 사설 5G 통신망 협력 사업자로 최근 노키아를 선정하기도 했다. 특히 노키아는 최근 NATO와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의 5G 통신망 공급업체로 선정되며 반 화웨이 전선을 주도하는 중이다.

미 상무부가 화웨이의 반도체 수급을 막아버린 대목도 중요하다. 화웨이가 5G 통신장비를 제대로 생산할 수 없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화웨이의 5G 통신장비 시장 위축을 끌어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화웨이의 입지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당장 반도체를 정상적으로 수급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3분기 시장 점유율 1위 자리에서 내려왔다.

자국 시장에서는 6년 만에 첫 역성장을 기록하는 일도 벌어졌다. 캐널리스에 따르면 화웨이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342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8%나 떨어진 수치다. 점유율은 전년 3분기 42.5%에서 올해 3분기 41.2%를 기록해 1.3%p 떨어졌다.

출처=갈무리

한국의 길은?

미국의 파상공세에 화웨이가 흔들리는 가운데 한국도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미국의 편에 설 것이냐, 아니면 화웨이와 함께할 것이냐.

동맹국인 미국은 끈질기게 미국의 편에 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 담당 차관은 30일(현지시각) 한국이 아직 클린 네트워크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두고 "한국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국가와 기업이 소중한 개인 정보를 민감한 고객 자료, 귀중한 지적재산권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LG유플러스가 통신장비 영역에서 화웨이와 협력하는 가운데 이를 두고 '한국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도 은연중에 '미국의 편에 서야 한다'는 압박을 한 셈이다.

키스 크라크 미 국무차관. 출처=뉴시스

한국 입장에서는 곤란한 상황의 연속이다. 다만 입체적인 로드맵을 세워 지금의 '곤혹스러운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린다.

우선 미국의 압박에 흔들리는 화웨이의 상황을 직시하며 반사이익을 확실하게 챙겨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화웨이의 통신장비, 스마트폰 시장 장악력이 흔들리면 자연스럽게 삼성전자는 물론 LG전자 등 다양한 기업에게도 '틈'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최대한의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노골적인 반 화웨이, 반 중국 전략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화웨이, 특히 중국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화웨이가 미 상무부의 반도체 수급 차단 정책에 대비하기 위해 막대한 반도체 물량을 빨아들이자 한국은 큰 수혜를 봤다. 국내 3분기 GDP 성장률이 1.9%를 기록하며 반등한 것도 화웨이가 막대한 반도체를 구매하지 않았다면 달성하기 어려웠고, 삼성전자의 고무적인 3분기 반도체 실적도 '큰 손' 화웨이가 없었다면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 상무부의 조치가 가동됙고 화웨이가 반도체 수급을 멈추자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뚝뚝 떨어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화웨이가 한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반 화웨이, 반 중국에 기대는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경제의 심장에 스스로 비수를 꽂는 행위다.

출처=뉴시스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 대응해 내수중심 경제전략을 짜며 신기술 중심의 전략을 짜는 것도 눈길을 끈다. 실제로 29일 막을 내린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19기 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서 중국은 14년차 5개년 경제계획 제정, 2035년까지 진행되는 장기발전 플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공작 조례 승인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기술자립 및 내수확대를 골자로 하는 쌍순환 모델을 추진하는 한편 반도체 및 5G는 물론 인공지능에 이르는 광범위한 신기술 향상이 장기 발전 로드맵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은 내수를 중심으로 반도체 등 핵심 기술력을 스스로 키우겠다고 선언했으며, 당연히 그 핵심 파트너 자리를 선점할 경우 상당한 경제적 수혜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우리에게는 기회가 생긴 셈이다.

이렇듯 중국의 굴기가 여전한 가운데, 한국이 이를 정치적인 이유로 외면한다면 재앙에 가까운 경제적 타격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역시 입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편 화웨이에 대한 접근에 있어 미국의 방식대로만 따라갈 경우 '우리의 잠재력'이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 중이다. 실제로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억제하며 한국에는 메모리 반도체 거점의 역할을, 미국 공장 증설에 나서는 TSMC의 대만에게는 파운드리의 역할을 은연중에 맡기는 분위기다. 중국 반도체 굴기에 대한 미국 주도의 포위망인 셈이며, 여기서 한국의 역할은 이미 미국의 뜻대로 정해진 뉘앙스가 강하다.

메모리 반도체 너머의 파운드리, 나아가 AI 반도체 등에 대한 한국의 미래전략에 장기적으로 '악재'가 될 소지가 있다. 미국이 그린 그림을 평면적으로 받아들일 경우 리스크가 크다는 뜻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한 플랜B가 필요한 가운데 중국 화웨이 활용법도 분명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다.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압박도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조 바이든 미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어도 미국의 대중국 압박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역분쟁에 있어서는 호흡조절이 유력하지만 중국의 기술 압박에 대해서는 바이든 후보도 여러차례 그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이든 후보는 지난 9월 미네소타 선거 유세에서 "중국의 기술 위협을 의식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한국의 선택을 종용하는 미국의 입김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TV토론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토론을 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그러나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화웨이로 대표되는 중국의 경제적 역할에는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일본이 클린 네트워크의 참여를 끝까지 미루는 한편 미국이 아시아판 나토로 키우려는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인도 등 4개국의 모임인 ‘쿼드’(Quad) 참여에도 미온적인 것처럼, 한국도 최대한 시간을 벌며 사태의 추이를 관망한 후 단계적이고 입체적인 접근을 중심으로 미중 갈등에서 실익을 잡아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그는 역내 동맹의 틀을 유럽에 두고 중국을 압박할 공산이 크다. 한국의 경우 아시아 동맹에서의 역할이 작아지며 지정학적 위기가 커질 수 있는 상태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압박이 커지면 경제적 관점에서도 큰 피해가 불가피하다. 정치와 경제 모두 잃는 상황이 올 수 있으며, 최소한의 협상을 위한 수단도 사라지는 순간이다. 이 때를 대비해서라도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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