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장 뒤 주가가 급락한 빅히트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매도물량을 쏟아낸 사모펀드의 부정거래 여부를 집중심리한다. 이들이 내놓은 매물의 영향으로 주가가 급락했는데 이 과정에서 시세조종이나 내부자 정보 이용이 있었는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개인의 피해가 컸던 만큼 철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긍정 의견과 “증권 유관기관이 여론에 너무 끌려다니는 것은 문제”라는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빅히트가 상장 직후 급락하는 과정에서 대주주의 불공정 거래 관련 규정 위반이 있는지를 집중 심리하고 있다”며 “공모 직후 주가가 상승한 사례는 많지만 급락한 경우는 없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거래소가 주가가 급락한 신규 종목의 부정거래 여부를 심리하는 건 처음이다. 늦어도 연말까지는 결론을 낼 예정이다.
거래소가 들여다볼 의혹 가운데 하나는 시세 조종이다. 빅히트는 상장 직후 잠깐 상한가를 쳤다가 바로 급락했다. 4대 대주주인 투자회사 스틱인베스트먼트(최초 지분율 9.7%)와 메인스톤(7.0%)의 매도가 주요 원인이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는 혐의를 찾기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많다. 이상민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주가 조작은 며칠간 인위적으로 주가를 올린 뒤 개인이 따라붙으면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빅히트는 거의 바로 급락했고 상장 전부터 공모가가 너무 높다는 얘기가 많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내부자정보 이용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스틱과 메인스톤 측은 내부 인물을 빅히트에 등기이사로 한명씩 보낸 상태였다. 프리IPO(기업공개) 투자자는 관례에 따라 이사회 자리를 하나씩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빅히트는 상장 추진 과정에서 손익 구조와 재무 상태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신비주의’를 고수했는데, 스틱과 메인스톤은 다른 투자자와 달리 주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백대용 소비자시민모임 회장(변호사)은 “대주주가 상장 직후에 단순히 차익 실현을 한 것인지, 개인 투자자가 알지 못하는 정보를 통해 자기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식을 내다팔았는지는 분명히 따져봐야 한다”며 “후자라면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손실을 본 개인이 원성을 쏟아내다보니 거래소도 나서게 된 것”이라며 “증권 유관기관이 여론에 너무 끌려다니는 건 문제”라는 의견도 나온다.
빅히트 투자로 손실을 본 개인은 “공모가가 너무 높게 산정됐다”는 문제 제기도 하고 있다. 부정거래와 달리 이에 대해서는 거래소가 개입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과거 공모가는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정했는데 지금은 회사와 증권사가 스스로 정한다. 이 과정이 명백하게 부당할 경우 투자자가 소송을 낼 수도 있지만 재판에서 원고가 이기는 건 쉽지 않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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