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들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0% 가까이 급감했다. 국제회계기준(IFRS)을 전면 도입한 2012년 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이익 증가를 이끌었던 ‘반도체 효과’가 사라진 영향이 컸다. 미·중 무역갈등이 다시 격화하고 국내 경기마저 위축되면서 2분기 실적은 더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집계해 발표한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73곳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27조8036억원으로 전년 동기(44조503억원)보다 36.9% 줄었다. 증권사들이 예상한 1분기 영업이익 감소율(28.8%)보다 더 악화된 수치가 나왔다.
영업이익률(매출 대비)은 5.7%로 작년 1분기 9.1%보다 3.4%포인트 낮아졌다. 매출은 484조34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늘었지만 수익성이 악화됐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순이익은 20조8590억원으로 전년 1분기보다 38.8% 줄었다.
증권가에선 2분기 실적도 어둡게 보고 있다. 주력업종 업황 둔화로 제품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무역전쟁으로 수출 환경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서다. 증권사들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37.4% 적다. 전망치대로라면 작년 4분기(-24.6%)부터 3분기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외 경기변수 악화로 2분기 이익 전망치가 추가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적 왜 나빠졌나
‘반도체 원맨쇼’가 끝나자 국내 상장사들의 기초체력 수준이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 1분기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2012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최대폭 감소했다. 반도체 업황 둔화가 직격탄이 됐다.
○상장사 영업이익 감소분 76%가 반도체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6조2333억원으로 전년 동기(15조6422억원)보다 60.2% 줄었다. SK하이닉스는 1조3665억원으로 68.7% 감소했다. 이 기간 두 기업의 영업이익 감소액은 12조4097억원으로 573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영업이익 감소액(16조2467억원)의 76%를 차지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영업이익 감소율은 전년 동기 대비 16.0%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했을 때인 36.9%보다 낮았다. 높은 반도체 의존도가 실적 하락기에는 되레 부메랑이 된 것이다.
반도체 효과가 사라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지난 2년 동안 급증했던 기업 이익이 2016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라며 “반도체를 뺀 나머지 산업은 제자리 걸음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뺀 상장사의 영업이익률은 4.8%로 두 기업을 포함했을 때(5.7%)보다 낮았다. 지난해 1분기에는 반도체 두 기업을 빼자 10.0%였던 영업이익 증가율이 6.5% 감소로 돌아섰다.
573개사의 25.0%인 143개사는 적자를 냈다. 지난해 1분기 132개사(20.3%
1분기 1276억원에서 올 1분기 6299억원으로 확대된 영향이다. 중국 경기 둔화에 악영향을 받은 화학(-37.0%),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타격을 입은 건설(-30.2%) 등도 감소율이 컸다. 유가증권시장 17개 업종 가운데 12개 업종의 영업이익이 줄었다.
○부채는 늘어…기업 체질 악화
상장사 전체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1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매출은 484조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조4000억원(0.28%) 감소했다. 제자리 수준인 매출에 비해 이익은 상당히 쪼그라들었다. 1분기 영업이익은 27조8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96% 줄었다. 당기순이익(20조9000억원)도 38.85% 급감했다.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은 5.74%로 1년 전(9.08%)보다 3.34%포인트 줄었다. 상장사들이 1만원어치를 팔아 고작 574원을 남긴 셈이다.
보다 늘었다. 상장사 네 곳 중 한 곳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오히려 손실을 봤다는 얘기다.
○17개 업종 중 12개 이익 감소
업종별로는 섬유·의복 업종의 영업이익 증가폭이 가장 컸다. 990억원으로 전년 동기(541억원)보다 83.0% 늘었다. 휠라코리아와 한섬 등의 영업이익이 급증한 영향이다. 자동차와 조선업체가 포진한 운수장비도 영업이익이 1조5742억원에서 2조2065억원으로 40.2% 증가했다. 지난해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현대자동차그룹이 살아나고, 조선업체들도 적자 폭이 줄거나 흑자 전환한 덕분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분기 175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올 1월엔 281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유가 하락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항공주가 포함된 운수창고 업종은 영업이익이 9.1% 증가했다. 기계 업종도 8.9% 늘었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기전자 업종은 영업이익 감소율이 전년 동기 대비 58.8%로 가장 컸다. 전기가스업도 57.9%에 달했다. 한국전력의 영업손실이 지난해
이익이 고꾸라진 반면 부채는 늘었다. 기업들의 체질이 더 나빠진 것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부채 총계는 1501조300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12조7000억원(8.12%) 증가했다. 자산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부채비율)은 112.3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4%포인트 상승했다.
임근호/김기만 기자 eigen@hankyung.com
"2분기,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큰 폭 개선 없을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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