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본사 전경.
[인포스탁데일리=김근화 기자] 몸값 6조원대 IPO(기업공개) 시장의 대어로 꼽히던 LG CNS가 상장을 앞두고 홍역을 치르고 있다. LG (KS:003550)그룹 내 핵심 비상장 회사인 LG CNS가 상장을 하면 모회사 주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중복상장'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LG CNS는 지난 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중복상장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현규 LG CNS 최고재무책임자(CFO)는 "LG CNS는 1987년 미국 일렉트릭데이터시스템스(EDS)와 합작해 설립된 회사"라며 "지주사인 (주)LG에서 물적분할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오히려 시장의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주)LG 주가는 지난 9일 7만4000원에서 14일 오전 10시 39분 현재 7만2700원으로 떨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LG CNS 가치가 지주회사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명백한 중복상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중복상장으로 인해 피해받는 모회사 주주들
중복상장은 모회사와 자회사를 동시에 증시에 상장하는 것이다. 중복상장을 하면 기업의 실적이 모회사와 자회사에서 더블 카운팅(중복계산)되기 때문에 모회사의 PER(주가수익비율)과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아지게 된다. 이로 인해 모회사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되면서 투자 가치가 감소하게 된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IPO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복상장 논란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해 HD현대의 자회사인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복상장과 관련된 투자자의 우려가 터져나왔다. HD현대그룹은 과거 HD현대중공업이 상장되면서 모회사의 주가가 떨어진 바 있다.
또한, LG그룹 계열사 LG화학은 지난 2022년 배터리 부문을 떼어낸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시켰다. 핵심 사업부문이 떨어져 나가면서 LG화학의 주가는 떨어졌고, 이로 인해 소액주주들이 막대한 손해를 봤다.
◆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구조 개편 논의 필요성↑
일각에서는 중복상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의 원인이라며 대대적인 구조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밸류에이션 회복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기업들의 자발적인 합병을 통한 중복 상장 제거다. 다만, 세금, 자금확보 등으로 앞으로도 중복 상장을 일으키는 상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한국 시장의 중복상장 비율은 자본시장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IBK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시장의 중복상장 비율은 약 18%로, 일본(4.38%), 대만(3.18%), 미국(0.35%) 등과 비교했을 때 최소 4배 가량 높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지주회사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자회사나 손자회사에 대한 지주회사의 지분율을 높이도록 하는 보완이 필요하다"며 "자회사에 대해 최소한 50% 이상의 지분율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상장 폐지나 매각 등을 통해 중복상장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1주의 가치는 대주주나 소액주주나 똑같다. 우리나라는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행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그동안 관행처럼 이뤄져 왔던 부분이기 때문에 하루 아침에 바뀌기는 어렵지만 사회적으로 논의를 이어가서 문제점을 개선하고 도려내는 작업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김근화 기자 srmsgh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