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31일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 확대 배경'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보고서 작성에는 금융시장국 주식시장팀의 김선임 과장, 안제원 과장, 손달호 조사역이 참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8월 들어 미국 경기 둔화 우려와 중동 지역의 불안정한 상황, 미국 IT 기업의 고평가 논란이 글로벌 증시에 영향을 미치며 국내 주가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이달 2일부터 하락세를 보인 코스피는 5일에 -8.8%의 하락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24일 이후 최대 폭락을 경험했다.
국내 주가는 IT 업종 비중이 높은 일본, 대만과 함께 미국, 유럽 등 주요국에 비해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주가 급등락 기간 동안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가 상당했다. 외국인은 반도체 업황 호조 기대감으로 전기전자 업종을 중심으로 순매수를 확대했으나 이후 다시 순매도로 전환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이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보고 적극적으로 매입에 나섰다.
외환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와 외국인 순매도에도 미국 경기 둔화와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것이 주요 원인이다. 시카고 패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의 9월 미국 금리 인하 기대는 100%에 달했다.
보고서는 국내 증시의 조정이 반도체 부문의 미국 연계성 강화로 미국 IT 기업의 부정적 이슈가 국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것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칩4 동맹과 AI 반도체 관련 공급망 재편 등으로 인해 미국과의 연계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IT 주가 움직임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증시 변동성을 더욱 확대했다고 진단했다. 상반기에는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밑돌았음에도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다만 최근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지표 부진이 경기둔화 우려를 키우며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반도체 중심의 수출이 국내 경기를 견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경기침체가 국내 경제 성장동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증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보고서 작성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이 당분간 조정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미국 AI 산업 수익성 논란과 경기 둔화 속도, 대선 과정에서의 산업정책 이슈 부각 등으로 불확실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